소설사진 ㅣ 어느 날, 카메라에 담은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진작가가 되는 길은 참 다양하고 간단하다
1. 일단 사진기 하나를 구입한다. 여유가 없다고? 그럼 뭐, 좀 아쉽긴 하지만 휴대폰 카메라만 있어도 가능하다.
2. 뭔가 찍고 싶은 것을 찾아 찍은 뒤 내가 이걸 왜 찍었는지 설명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도 없다.
3. 적당한 사진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갤러리에 설명을 곁들인 사진을 올린 뒤 <포토그래퍼 ***>이라고 쓴다.
자. 여기까지 마쳤고, 딱히 다른 직업이 없으면 당신은 이미 사진작가의 길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농담이 심하다고? 글쎄. 필자는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전에서 ‘작가’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설명은 <예술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그럼 사진작가는 <사진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다만 여기서 조금 더 적극적인 해석을 해보자면 ‘창작 활동’에 어느 정도 이상 내 삶의 지분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유권해석이다.
예를 들어볼까?
일전에 한 시나리오 작가가 안타까운 죽음을 겪은 것이 사회에 큰 문제적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인 안전망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로인해 자신의 예술적 능력과 자부심만 가지고 일상의 가장 낮은 삶이나마 영위하지 못하는 작가들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고, 아직도 부족한 점이 없진 않지만, 최근에는 예술인에 대한 의료지원, 활동비 지원 등의 사회적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다.
그럼 그런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이용할 수 있는 예술인은 어떻게 구분 할까?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법령으로 딱 정의를 해 놓고 있다.
*예술인 복지법 제 2조 (정의)
「예술인」이란 예술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데 공헌하는 자로서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제1항 제1호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實演), 기술 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 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이 법령을 기준으로 <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활동 증명을 해주고 있는데, 예술인을 증명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공개 발표된 예술 활동을 했는가. 둘째 예술 활동 수입이 있는가. 셋째 위 두 개의 방법 외 활동을 증명 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만 해당사항이 있으면 된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간다면 아래와 같다.
생각보다 조건이 까다롭지는 않다. 다만, 이게 심사를 하는 거라서 예술인 증명을 받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커리어가 있으면 당연히 좋다. 요즘이야 돈 100만 원 정도 있으면 작게나마 개인전을 할 수 있는 곳도 많고, 단체전의 경우 잘 찾아보면 크게 어렵지 않게 참여 할 수 있는 곳도 종종 있다.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 전시회를 직접 기획해 보는 것도 좋다. 간혹 온라인 전시회를 무시하는 분들이 있는데, 물론 오프라인 전시회에 비하면 조금 수월 할 수도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온라인 전시회도 오프라인 전시회와 거의 비슷한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 전시회라고, 무슨 블로그에 사진 몇 장 올리고 게시판에 주소 복사해서 홍보한다고 끝이 아니다. 온라인 전시회 주소(도메인)를 새로 구입하는 것(무료 호스팅과 도메인을 주로 이용하는 것이 편하긴 하다)부터, 전시기간, 소개 영상, QR코드 초대장, 작품판매 여부, 작품증명서 준비 등등. 오프라인 전시관 대여와 당장에 작품 프린팅과 액자를 하지 않는 다는 것만 빼면 일반 전시회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아. 그리고 힘 좀 주겠다면 초대장을 QR코드 초대장 대신 진짜 실물 초대장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 준비하고 오프라인 전시회를 개최했다면 일반 전시회의 0.75배 정도는 쳐줘야 하지 않을까? 행여 작품이라도 좀 팔리면 그냥 일반 전시회와 다름 아니다.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일단 주제를 잡고 사진을······. 아니, 그것도 좀 미뤄두고, 일단 내 눈에 예쁜 사진을 찍어서 어딘가(보통은 사진 커뮤니티)에 올리면 된다. 그리고 기본적인 규칙은 꾸준하게 찍어 올리는 것. 단 하나다.
이후 어느 정도 창작에 관심이 가면 그때는 사진 주제를 잡아보기도 하고, 카메라를 바꿔보기도 하고, 작품 보정도 배워보고, 공모전에 출품도 해보면 그때부터는 그냥 사진작가다. 별거 없다. 다만, 등단 작가는 좀 다른데, 유수의 사진 공모전에 본상이상 입상을 하거나, 초대전을 가진다면 그때부턴 어개에 뽕 좀 넣고 다니기 좋다. 뭐, 그 외엔 일반 작가와 딱히 다를 건 없다. 그러니, 어깨 뽕 좀 넣고 다니려면 열심히 공모전에도 참여하고, 전시기획서도 돌리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