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ㅣ 어느 날, 카메라에 담은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장비병에 한참 빠져 있었을 20대 중반 서울의 한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사진 강의를 했다. 당시에는 딱히 사진 전문가라거나, 사진사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아니었다. 다만 우연찮게 직접 찍은 사진이 다량으로 들어간 책을 출판한 적이 있어서, 학생들과 함께 배워나가는 수준에서 강의를 했었다. 어차피 사진이나 예술사보다는 카메라 조작법과 포토샵 등에 더 힘을 준 수업이었고, 한 달에 한번 C/A시간에 3시간 정도 수업이 있었다.
학기 초부터 연말까지 진행 된 동아리 수업의 마무리는 ‘내 인생의 작품 하나’라는 컨셉으로 학교 축제에 맞춰 전시회를 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강사인 나도 함께 참여하는 전시회였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축제 때 전시했던 자신의 작품을 공모전에 출품하는 미션을 주었다. 당시만 해도 필자 역시 공모전에 사진을 출품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공모전 출품은 필자에게도 미션이었다.
축제는 꽤나 괜찮게 끝났다.
학생들이 준비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자신이 찍은 사진에 제목을 정하고, 사진에 이야기를 붙이고, 스스로 사진표구도해서 전시를 했다. 학생들의 부모님은 물론이고, 사진부가 아닌 친구들이 사탕과 꽃 등을 선물로 주고 가는 모습을 보며 꽤나 흐뭇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학생들과 함께한 전시회가 끝이 나고, 카페 일을 그 당시 즈음 처음 시작했던 터라, 뭔가 분주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강의 때 학생들의 공모전 참가를 위해 여러 공모전의 공모요강을 찾던 중에, 내가 찍어 놓은 사진과 주제가 겹치는 공모전을 발견했다. 그래서 날짜를 확인했는데······.
이런!
당장 그날이 우편소인 마감 날이었다.
보통 공모전은 우편소인을 기준으로 제출 했는지를 판단한다. [제출기한 : 우편소인 기준 2021년 9월 12일까지.] 라고 쓰여 있으면 21년 9월 12일에 발송한 참가작은 심사하고, 그 이후 보낸 참가작은 심사하지 않는다. 택배나 퀵서비스도 직접제출도 마찬가지지만, 간혹 우편외엔 안 받는 곳도 있으니 공모요강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원래는 새로 출력해서 깔끔하게 보내려고 했는데, 당장 내게 있는 사진은 학생들과 축제 때 전시했던 사진뿐이었다. 사진은 딱히 흠집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뒷면에 두꺼운 종이로 표구를 해놓아서 그냥 보내기엔 참 난감했다. 그래도 어쩌랴. 당장 깨끗한 사진이 없는 걸. 그래서 그냥 보내 보기로 했다.
간신히 우편취급소에 도착해서, 참가비 1만원과 함께 사진을 보냈고, 다음 강의 때 학생들에게 참가하기 좋은 공모전 몇 개를 소개 해 준 뒤에 겨울 방학이 왔다. 그렇게 학생들과 안녕을 하고 신사동의 작은 샵인샵 안에서 커피를 내렸다. 당시 너무 바쁘기도 했고, 창업자금 때문에 대출 상담을 몇 번 받았더니, 걸려오는 전화 중 절반 이상이 대출 및 증권 투자 전화였다. 해서 이상한 번호는 거의 받지 않던 때였다. 그날도 2평짜리 샵인샵 카페에서 마감을 하고, 청소를 하고 있던 중에 걸려온 033-XXX-XXXX 전화번호.
당연히 받지 않고 넘기려 했는데, 역시 사람의 촉은 무서운 게 그날따라 전화기를 들어 응답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강원의 산하 사진대전 담당자 XXX입니다.”
“네?”
그때까지 강원의 산하 사진대전이 뭔지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그리고 3초 뒤. 딱 공모전에 출품한 사진이 떠올랐다. 그래서 물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혹시 저 입상했나요?”
“네. 축하드립니다. 금상 수상하셨습니다.”
“······금상이요?”
보통 공모전에는 상격이라는 것이 있는데, 대전의 경우에는 보통 대상을 최고상으로 친다. 그래서 대상이 있으면 대상 - 최우수상 - 우수상 이런 식으로 가기 때문에 나는 그 뒤에 금상 - 은상 - 동상 - 입선 순으로 상이 되어 있을 거라고 착각을 했다.
지금은 다시 대상 - 금상 - 은상 - 동상으로 상격이 바뀌었다. 거참. 왜 나 때만······.
그도 그럴 것이 공모전은 처음이었고, 살면서 무슨 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선 그저 생각나는 대로 상격을 정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기쁜 마음은 컸지만 몸살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속으로
‘한 4등 했군! 나이스! 처음인데 이 정도면 잘했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담당자는 나에게서 뭔가 시큰둥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저, 혹시. 금상이 최고상인거 아시죠?”
라고 물었다.
‘응? 금상이 최고상???’
그리고 역시 3초 후
“네!?? 그, 금상이 최고상이라고요!!!?”
그때부터 나는 몸이 조금 떨리기 시작했고, 갑자기 올라온 교감신경과 아드레날린으로 목소리는 꽤나 흥분되어있었다. 그제야 담당자는 맘에 든다는 목소리로 차분히 설명했다.
“작년까지는 상격이 대상이 최고상이었는데, 올해부터는 금상이 최고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상금은 500만원 그대로라서 그냥 대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날의 짜릿한 감동은 지금까지 한 번도 다시 느껴보지 못했다. 비슷한 감정도 없었다. 오직 십여 년 전 그 순간. 그 한 번의 감정으로 십여 년 동안 사진을 찍고, 공모전을 하고 전시회를 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아참. 그 이후로는 무슨 장려상이니, 입선이니, 이런 상들을 몇 번 받긴 했다. 그러면서 사진 공모전의 문제점들도 좀 보게 됐고, 현재는 외국 공모전에만 응모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 번의 연락도 없다. ㅎ
강원의 산하 사진대전 금상수상 심사평- 대표집필/박영택(경기대 교수)
올해 사진공모대전에 출품된 작업들은 예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햇수가 늘어갈수록 이 공모대전을 보고 접하는 시선들이 이에 대한 모색이랄까, 나름의 전략이 필요할 텐데 타성에 젖은 관광사진이나 달력사진, 잡지의 화보사진 정도로 여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랍다. 강원도의 풍경에 대한 사진적 이해와 공간에 대한 인식을 사진으로 해석한 작품을 보고 싶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작품을 찾기는 무척 어려웠다. 그래도 참 신기한 것은 대상작으로 선정될 작품 하나는 매년 딱 하나는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그 한 작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늘상 보고 접하던 사진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마치 한 사람이 찍은 수많은 사진을 보내온 듯한 착각이 든다. 저마다 풍경을 보고 느낀 생각과 감정이 있을 텐데 그것이 사진 속에서 표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별만큼, 산의 나무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시선과 마음들에 의해 포착된 강원도를 보고 싶은 것이다. 만나고 싶은 것이다. 강원도란 지역은 또 얼마나 넓고 다채로운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취와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의 역사와 현실은 또 얼마나 깊고 변화무쌍한가? 강원도를 찍는다는 것은 강원도를 해석하는 것이다.
강원도의 산하를 단지 아름답게 촬영하고 이를 민속적 혹은 관광적 차원에서 담아낸 사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진은 도처에 널려 있다. 강원도를 단지 관광객의 시선이나 외지인의 눈, 그럴듯한 풍경의 재현이나 기존에 틀잡힌 풍경적 안목으로 반복해낸 것이 풍경사진이라고 하는 인식이 언제쯤이나 바뀔 수 있을까 궁금하다.
대상으로는 ‘꿈을 향한 길’을 선정했다. 속초시에 위치한 어느 제방을 촬영한 사진이다. 한적한 제방을 개 한마리가 달리고 있다. 감각적인 구도와 순간적인 포착, 경쾌한 일상의 한 단면이 날카롭게 건져 올려졌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러나 그 풍경 안에 ‘바다’에 대한 우리의 숨 막히는 감동과 해방에의 염원이 투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