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BADA Oct 24. 2021

“안 선생님···!! 전시회가 하고 싶어요···.”

소설사진 ㅣ 어느 날, 카메라에 담은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이고. 이게 어찌된 일인지······. 이제 딱 마음먹고 다시 카페를 열어 장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 신진작가 공모전 사진부분에 딱 붙었다.     


당시 필자는 갤러리 공모전은 응모하지 않았다. 갤러리 공모전의 가장 큰 특징은 상금이 없다는 것인데, 내가 목표한 삶(공모전 상금으로 대충 먹고사는 삶)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보통은 지자체나 기업, 언론사의 사진 공모전만 지원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눈에 들어 온 ‘신진작가’라는 타이틀이 마음을 흔들었던 것 같다.       


여튼 붙었다. 그래서 전시회를 해야 했다.      


응? 전시회? 갑자기?


그렇다. 갤러리의 신진작가 공모전의 혜택은 ‘신진작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시회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갤러리 측에서 부담해준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에잉~ 그게 모야~”라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괜찮은 전시회 한번 하려면 3~5백만 원은 우습게 지출해야 하는 것을 갤러리 측에서 상당부분 대신 감당해 주는 것이었다. 더불어, 내 작품을 공식적인 방법으로 판매도 할 수 있으니, 작품만 팔린다면 일반 공모전 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다.     


여하튼 처음으로 정식 전시회를 해야 했던 필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고등학교 C/A 수업에서 학생들과 아기자기하게 진행한 전시회랑은 너무 달랐다. 다행히 큐레이터분들의 도움을 받아, 가장 대표적인 사진 두 점을 선정, 사이즈를 정하고, 액자의 형식을 정하고, 작가노트를 작성하고, 전시회를 열었다. 물론 혼자 하는 전시회는 아니었다. 다른 부분 선정 작가들도 있어서 단체수상전 같은 형식이었다.     

     

항구의 휴식 ㅣ 2009 ㅣ  피그먼트 프린트 ㅣ  디아섹  ㅣ 20x30 inch  ㅣ  #2/5 ㅣ 갤러리 에이큐브 신진작가 공모전 당선작


내가 내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다. 내 사진들의 주제를 관통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색감인데, 이때 이 사진을 보고 갤러리 대표큐레이터님이 해주신 말이 인상에 깊게 박혔기 때문이다.     


“작가님은 컬러사진을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러면서 신진작가 공모전에 출품한 단품 사진들을 가지고 필자가 색을 다루는 방법이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담이지만, 그러고 나서 몇 개월 뒤 한 대형 카메라 회사에서 유명 사진작가들을 모셔서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비평해 주는 행사에 초대되어 갔다 왔는데, 그때도 똑같은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큰 주제에 심취하기 보다는 색감을 더 파고들었다.      


 




신진작가 수상전을 마치고 해를 넘겨 1년이 채 되지 않아, 홍대 갤러리의 초대작가로 선정이 됐다. 이번에는 단체전이 아니라 개인전이었고, 기간도 거의 열흘이었다. 20평이 조금 넘는, 통창으로 된 1층 공간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개인 초대전을 하게 된 것이다.     

  

개인 초대전 카드형 리플렛 초대장으로도 사용 할 수 있다.


이미 나는 취업 비슷한 것을 한 9%의 사진작가의 길에 들어가 있어서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끓어오르는 열정에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큰 기대 없이 힘을 빼야 뭔가를 이루었던 것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전시회는 좋았다. 12개의 사진을 큼직한 사이즈로 출력해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사진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축하도 받고······. 그리고 사진도 한 점을 팔고 하나는 기업체에 대여까지 했다.     


전시회가 좋은 점은 내 작품에 대한 객관적 환기가 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사진을 찍고, 셀렉을 하고, 수정을 하다보면 그 속에 갇혀 시야가 많이 좁아지는 것을 겪게 된다. 그럴 때 한 주제를 마무리하고, 사진이나 미술 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다면 그동안 좁아졌던 시야가 확 트이는 것을 몇 번이나 느꼈다. 그러면 다음 작품의 주제나 촬영 방법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그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더해서 작업을 진행 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적인 시야의 환기 외에, 온갖 고민과 스트레스로 점철된 일상의 기분도 함께 환기 되는 것은 덤이다.       


그 이후 한 두 번의 단체전이 더 있었고,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정대만, 너는 농구가 하고 싶구나.......

아. 나는 다시 전시회가 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