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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튤립 Feb 14. 2021

대동붕어빵여지도를 아시나요

붕어빵: 길 위에서 만나는 우연한 행복에 대하여


귀가 시리고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는 계절이 오면, 주머니에 조금씩 현금을 챙겨둔다.

우연히 길 위에서 마주치는 달콤한 순간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천 원짜리 몇 장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참으로 많기도 하다는 걸 나는 겨울에 깨닫는다. 요 며칠 따뜻한 날씨가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이유는, 곧 겨울 간식들을 보내줘야 하는 때가 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겨울 간식은 군고구마, 국화빵, 호떡, 붕어빵, 잉어빵, 어묵까지 꼽자면 한가득이지만 그래도 그중 제일은 붕어빵이 아닐까? 머리부터 먹는지 꼬리부터 먹는지 대토론회가 벌어질 정도니 말이다. 금방 구운 붕어빵의 머리를 한 입 베어 물면 뜨겁고 달콤한 팥앙금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꼬리부터 먹으면 바삭하면서 부드러운 풀빵이 먼저 스며들고, 그다음에 달달한 팥이 뒤따라온다. 나는 머리파이긴 하나 사실 어디부터 먹어도 맛있다.


우연히 마주치는 포장마차에서 사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머릿속에 하루 종일 붕어빵이 동동 떠다니는 날이면 나는 '대동붕어빵여지도'를 켠다. 지금은 '대동풀빵여지도'로 업그레이드된 구글 지도인데 사용자들이 직접 위치를 등록할 수 있다. 붕어빵인지 잉어빵인지, 천 원에 몇 마리인지, 주인이 친절한지, 팥 양은 어떤지 까지 전국의 붕어빵 김정호들이 발로 뛰며 알아낸 소중한 장소들이 기록되어 있다. 내 주변에 붕어빵 가게가 어디 있는지 살펴보고 퇴근 시간이 되면 신나게 달려 나간다.


나는 잉어빵보다 붕어빵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잉어빵이 더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붕어빵 가게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똑같은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분명 잉어빵과 붕어빵은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일단 잉어빵부터 살펴보자면 반죽에 찹쌀과 기름이 들어가서 구워내면 속이 비치고 훨씬 바삭하다. 만지면 손에 기름이 묻어난다. 모양도 얄쌍하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팥이 차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붕어빵은 밀가루 반죽이라 구워지면 뽀얗고 불투명하며, 물고기가 좀 더 위아래로 통통하고 팥은 몸통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 잉어빵보다 담백한 편이라 두세 마리 먹어도 느끼하지 않아서 나는 붕어빵을 선호한다.


'대동풀빵여지도'가 되면서 붕어빵뿐만 아니라 호떡, 국화빵, 계란빵, 만쥬 등 모든 풀빵 종류는 다 찾아볼 수 있으니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주머니에 천 원짜리를 잔뜩 챙기는 것이다. 현금이 없다고? 괜찮다. 친절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좌이체 가능 여부까지 써놓았다. 붕어빵이 땡긴다면 '대동풀빵여지도'와 함께 김정호의 마음으로 가볍게 떠나보자.



붕어빵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의 타이야키가 있다. 일명 도미빵이라고 불리는 이 빵은 모양은 도미고, 안에는 팥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에는 1930년대에 처음 들어왔다고 전해지며, 도미가 붕어의 형태로 변했다. 붕어빵은 타이야키보다 반죽의 농도가 더 묽으며 크기도 더 작다. 50,60년대에도 붕어빵을 팔기는 했으나 1980년대 후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저렴한 가격과 따뜻한 맛에 국민 겨울 간식으로 자리하게 된다.


직접 반죽을 만들기 때문에 가게별로 맛이 많이 달랐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주로 시판 반죽과 앙금을 사용하며, 체인 브랜드도 있기 때문에 굽는 기술을 제외하곤 맛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물론 불의 세기, 앙금의 양, 굽는 기술이 상당한 맛의 차이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인 팥소 외에도 초코, 야채, 피자, 슈크림, 크림치즈,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붕어빵이 개발되고 있다.


<재료>

- 붕어빵 틀(온라인에서 만 원대 후반~이만 원대로 구입 가능)

- 와플 믹스 혹은 팬케이크 믹스 250g

  (믹스가 없다면 박력분 200g, 설탕 50g, 베이킹파우더 3g, 소금 약간으로 대체 가능)

- 물 또는 우유 250ml

- 계란 1개

- 식용유 50ml

- 팥앙금 또는 슈크림 적당량


<만드는 법>

- 볼에 우유(또는 물)와 계란을 잘 풀어준다.

- 가루류를 더해 덩어리가 지지 않도록 거품기로 풀어준다.

- 식용유를 더해서 잘 섞어준다. 반죽이 주르륵 흐를 정도면 딱 알맞다.

- 붕어빵 틀을 잘 달군 뒤 반죽을 틀의 2/3 정도 붓고 앙금을 넣는다.

- 넘치지 않게 양 조절을 잘해서 앙금 위로 다시 반죽을 부어준다.

- 틀을 뒤집어가며 중약불에 잘 굽는다. (2분 이상)


처음 만들어 보면 반죽이 넘칠 수도, 혹은 너무 적게 부어서 꼬리가 부실해질 수도 있다. 너무 빨리 열어보면 반죽이 분리되어 고생할 수도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2분 이상 충분히 구운 뒤 고소한 냄새가 날 때쯤 열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몇 번 연습해 보면서 가장 완벽한 타이밍을 알아내는 것! 좀 타면 뭐 어떤가, 좀 못생기면 어떤가, 집에서 만드는 붕어빵의 매력은, 실패도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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