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 4
처음부터 C의 팀원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1명이 2개월 만에 퇴사했고, 뒤이어 입사한 1명은 3개월 만에 퇴사했다. 그들의 퇴사 이유는 같았다.
"업무와 무관한 일은 하기 싫어요."
지난달 그만둔 팀원 B는 중요 사이트를 가입하는데 회사 영문 주소를 잘못 기입한 탓에 대표로부터 한 소리를 들었다. 팀장 C는 본인 잘못으로 넘기려 했으나 대표 1명, 팀장 1명, 팀원 1명으로 구성된 회사에서는 대표가 팀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표는 기어이 한 마디를 했고, B는 본인이 잘해야 하는 업무가 아닌 것 같다며 퇴사 통보를 했다. 대표와 팀원 사이에서 팀장 C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납득이 안 가는 일을 참지 않는 그들과 잘 참는 C, 분명 다른 데가 있었다.
팀원 A는 일 처리를 하는 게 깔끔했고, 뒤끝이 없었다. 그래서 가끔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퇴근시간이 되면 땡 하고 문을 나서는 A였지만 그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왕창 받고 있었다. 철저히 계획적인 A의 투두리스트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스타트업의 세계는 A를 힘들게 했다. 깔끔한 A는 떠날 때도 깔끔했다. 한 마디만 남기고서는. "여기 빨리 나가세요 팀장님"
팀원 B는 A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성향이었다. 퇴근 시간이 지나도 간혹 급한 이슈가 있으면 알아서 먼저 처리를 해냈다. 하지만 B도 A와 마찬가지로 딱 자를 때는 잘랐다. 업무 카테고리 상 대표와 직접적으로 하는 일이 많았던 B는 대표의 업무 지시들이 너무 버겁다는 말을 하고는 일을 그만뒀다. B도 나가기 전 팀장 C에게 한 마디를 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팀장님"
팀장 C는 팀원 B의 말이 오래 남았다. 자신이 얼마나 쉬워 보였으면 저렇게 대놓고 말을 할까 하는 괘씸함도 있었다. C는 회사가 굴러가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일들을 B의 눈에는 애쓰는 것처럼 보였던 거다.
그들에겐 참지 못했던 것들이, 왜 C에게는 참을만했던 걸까?
C는 본인이 먼저 겪어온 회사생활에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90년생인 그들보다 몇 년 더 일찍 회사생활을 시작한
80년생인 C는 참고 넘어가는 회사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10여 년 전 입사한 첫 회사는 격주 토요일 근무였다. 야근은 물론 허구한 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할 때도 많았다. 입사한 지 반년이 훌쩍 지나서야 4대 보험 가입도 안 해줬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걸 담당하던 디자인 부장님은 본인이 깜빡했다며 전날의 숙취가 다 가시지 않은 얼굴로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두 번째 회사에서는 옆 팀 대리님의 연봉이 5년간 5%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는, 연봉이란 원래 잘 변하지 않는 거구나 생각했었다. 3번째, 4번째 회사 생활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C는 오로지 업무에 집중했고, 일로서 인정받는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 그땐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했다. 그 회사에서는 그게 당연했고, C도 그 뒤를 자연스레 따라가고 있었다.
연봉은 뒷전이던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30대를 앞두고 주변을 둘러보니 세상은 바뀌어 있었다. 아니다 싶으면 사람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갔고, 괜찮다 싶으면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곤 했다. 그렇게 수많은 이동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C는 묵묵히 있었다.
그리고 지금, 30 중반을 넘어선 팀장 C는 오늘도 묵묵히 화를 삭여가며 조금 늦은 퇴근을 했다.
[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4화) 90년생 그들과 80년생 C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