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로 죽음을 준비하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다 어느 날 문득,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졌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왔다.
'내가 죽으면 누가 날 정리해 주지? 고독사로 뉴스에 나오겠군!'
이런 생각 끝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어떤 누구도 날 책임질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내 죽음을 셀프로 준비해야 했다.' (참고로 이런 마음을 먹은 건 48살 때다.)
사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죽음에 대해 1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막상 그때가 다가오면 무서워 미칠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죽겠지..라는 뜬구름만 잡고 있었다. 이런 내가 죽음을 셀프로 준비하려니 막막했다.
그러던 찰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를 보고 눈물, 콧물 쏟아내며 마음먹었다.
'그래! 나도 장기기증 신청해야겠어!'
막상 신청하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평소 바늘이 무서워 헌혈도 못 하는데, 장기기증이라니.. 마음 먹은 것과 달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러다 마음을 바꿔먹을까 봐 주변에 말하기 시작했다.
"나 장기기증 신청할 거야!"
먼저, 장기기증을 검색했다. 각종 광고가 많이 나온 틈에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1곳을 정하고 신청까지 완료! 그리고 문자를 받았다.
실감이 났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 최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내가 죽고 난 뒤 일이지만, 최소한 부모님께 알려드려야겠지?' 그래서 집에 간 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장기기증 신청했어!
식사하던 부모님이 수저를 내려놓더니, "뭐? 넌 그렇게 큰 일을 상의도 없이 결정하니?"
"아무리 죽음에 순서 없다지만, 그래도 내가 엄마, 아빠 좀 더 살겠지? 혼자 남을 내가 스스로 준비해야지. 죽어서라도 좋은 일이라도 하게!"
이후 별말씀 없으셨지만, 내심 놀라신 건 분명해 보였다. 내 입장에서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긴 신체발부 수지부모인데.. '내가 무심했나?' 싶었지만, 후회는 없다!
태어나면 누구나 죽고, 현재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냐가 중요해진 시기가 됐다. 나도 그 시작을 했을 뿐이다. 아직까지 시작 단계지만, 차근차근 웰다잉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