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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공 Feb 07. 2023

어울림

 어우러져야 맛있고 멋이 있다

"냄새나는 것도 유분수지, 어떻게 이런 것을 다 먹냐?"

"쳇~ 맛만 좋구먼...."

"당신 혼자 다 먹어!"

"알았어!"

일동은 시장에서 사 온 홍어를 혼자 다 먹었다

홍어를 유독 좋아하는 편이라, 지나칠 수 없어 사 왔는데 다들 외면하니 어쩔 수 없었다.

"진짜 다 먹었어?"

"그래, 버리기 아깝지...."

아내는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짓는다

"절에 다니며 고기 먹으면 안 되지, 그것도 살생이야!"

"스님은 그렇게 하지만, 신도들 까지....."

"당신 나이에는 소화 잘 되는 음식을 먹어야지,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어야...."

"아직은 소화력이 왕성해~"

아내 더 이상 말을 안 하고 싶은지. 밖으로 나갔다

일동은 지인들과 함께 자주 가는 홍어집을 떠 올렸다.

지금 먹는 홍어는 수입산이지만, 홍어집에서 먹는 맛과 비교가 확실히 된다.

그곳에 가면 남도 출신 사장님이 장만한 홍어를 맛볼 수가 있었다.

오래전 단골집인데, 일동은 최근에 가서야 그 집의 맛을 느꼈다.

그 집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다들 일동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동은 술값과 음식값 등 모두 자신이 계산을 한다.

지인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준 것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어울림으로 일상이 즐겁다.


"어서 오세요~ 선생님!"

"사장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네~에! 오랜만에 오셨군요."

"요즘 사업이 좀 바쁘네요. 밤에는 더욱 바쁘죠."

"아니, 무슨 사업을 하는데, 밤에 바빠요?"

"나를 안아주는 어둠과 함께, 익숙한 고독을 즐기는 거지요."

"노래방 하는 건, 아니죠?"

"하하하! 그런 것 하면 더욱 좋죠, 옛날에 노래 부르는 것 엄청 좋아해서 노래방 가면 마이크를 좀처럼 놓지 않아, 직원들이 마이크를 뺏고 그랬죠."

"그럼, 밤에 뭘 하세요?"

"어쨌든 밤이 오면 바쁘죠, 하늘에 초롱초롱 별들이 쏟아지고 분주한 세상사, 인생살이 연주하는 소리, 모두 잠들면 책도 보고 글도 쓰고 그러는 거죠."

"선생님! 밤을 표현하는 말씀이 너무 멋져요."

"그래요? 밤은 내게 심오한 영적세계에서 내 영혼을 마주하죠."

"어머나! 점~점~ 역시, 선생님은 멋쟁이예요."

"하하하! 그나저나, 도 시인과 진 교수는 안 오시나....."

"전화를 하시죠?"

"우린 기계를 잘 사용하지 않죠, 그저 오고 싶으면 와서 한 잔 하는 거지요."

사장은 막걸리와 홍어를 마련해, 일동 옆에 앉는다.

"요즘은 무슨 작품을 쓰나요? 좀 핼쑥한 것 같기도 하고...."

"밤의 고독은 항상 작품의 진도를 잘 나가게 해 주지요."

"많이 외로워요?"

"그래도 사장님을 비롯해, 여러분이 같이 웃고 즐기며 옆에서 응원해 줘서 고맙죠."

"계속 응원할게요, 한 잔 받으세요."

"밤의 고독은 항상 작품의 진도를 잘 나가게 해 주지요."

"그럼, 어떤 작품이 탄생했나요?"

"아직은 초안이고 고민 중이에요, 인간을 고찰하며 작품 주인공을 찾고 있어요."

"그래도 건강관리를 잘하셔야죠, 건강해야 작품을 쓸 수가 있잖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운동도 부지런히 하고 있죠."

"운동은 어떻게 하나요?"

"절에도 다니고 산책도 하고 민턴도 쳤는데, 지금은 산책만 하고 있어요."

"자~아, 한 잔 더 받으세요."

"홍어는 언제 먹어도 맛있단 말이야~ 사장님 손맛이 결정적이지만..."

"그래요? 제솜씨보다, 고기가 맛있겠죠."

"고기는 외국산이지, 사장님 손맛이 진짜지요."

"외국산이면?"

"대부분 칠레산이지, 요즘은 수요가 딸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것도 들어 오지만....."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나요?"

"허허허~ 그래서 선생이 아닙니까? 그건, 농담이고 진 교수에게 들었어요.

홍어도 좋지만, 술 한잔 하며 문인들 모임 하는 게 재미가 더 있지요."

"호호호! 교수님은 만물박사네요."

"진작 진교수는 홍어삽합보다 연포탕을 즐기죠."

"연포탕이면 낙지, 문어 등 그런 것을 넣어 끓인 탕을 말하는 거예요?"

"아~뇨! 일반 연포탕은 대중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지만, 진교수가 말하는 연포탕은 닭과 소고기, 두부를 넣고 끓인 영양가 최고인 육탕으로 아무나 먹을 수 없는 특별한 음식이에요."

"그런 것을 누가 먹나요?"

"하하하! 저도 먹어보지는 못했어요. 진교수는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만들어 드셨다고 말하며, 자신도 직접 요리를 만들었나 봐요."

"그럼, 가정집에서나 해 먹는 음식이겠네요."

"그렇겠죠, 다만 이 음식도 삼합처럼 세 가지 재료가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음식이 만들어지는 거죠."


"스님! 집 사람이 절에 다니면서, 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일동은 스님과 차 한 잔 나누며, 일전에 있었던 아내의 말을 전했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은 보살님들이 직접 하지만, 보살님들도 고기를 즐겨요."

"그럼, 괜찮다는 말씀이네요."

"스님들은 스님의 본분인 절제와 자제, 그것을 실천하는 게 진정한 수행으로 금하지요."

"그럼, 스님들은 단백질 보충은 어떻게 하나요?"    

"곡물이나 채소에도 단백질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보다 음식이 문제가 아니죠." 

"음식이 아니면......"

"불도 공부를 하면서 음식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해요.

법회 때 절에 오셔서 공양 올린 음식을 보며, 소승이 말한 것을 들었셨죠?"

"네~에! 들었습니다."

"꼭 법회 때 이야기뿐만 아닙니다. 절 음식, 제사음식, 모든 음식에 의미가 있어요."

"의미라고요?"

"일동 거사님은 부모님 다 돌아가셨다고 그랬죠?"

"그렇습니다."

"제사 음식을 부모님이 드시질 않는데, 왜 유독 부모님이 좋아하셨던 것을 올리죠?"

"그거야...."

"그렇습니다, 우리는 조상을 공경하며 조상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죠.

그래서 그 음식은 신성한 의미가 담겨있고 조상님의 정신을 기리는 거예요."


법회가 있는 날이었다. 신도들이 법당을 가득 메웠다

스님 법문이 끝나고, 스님이 부처님 전에 올린 공양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감은 늘 부처님께 감사드리고, 감사의 뜻으로 구포 보살님이  공양하셨습니다.

사과는 죄를  많이 지어 사죄드린다고 덕천보살님이 공양하셨습니다.

떡은 회장님이, 공양미는 총무님이.........."

부처님 전에 올린 음식,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말씀을 이어나갔다.

음식은 맛을 내는 것이지만, 마음을 담고 정성을 담고 만든 사람들의 수고와 땀 흘린 가치를 생각하며, 꼭 감사의 기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절음식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음식이 그렇게 만들어지고, 그전에 음식재료를 채취하거나 가공하는 관련 모든 사람들도 잊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밥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땀으로 식탁의 행복과 즐거움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와 기도를 하며, 신성한 음식 문화를 배운다는 것이다.

일동은 절에서 신성한 음식 문화를 배우며 많은 것을 연상했다.

음식에서 어울림, 화합의 정신과 의미 등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동안 그냥 맛있게 먹었을 뿐이었다. 

음식이 만들어졌을 때까지 모든 관련된 사람들의 유대와 협동정신이 잘 나타나있음을 알았다.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에 담겨 있는 다른 의미도 배웠다. 

음식도 어우러져야 맛있듯이, 사람도 많은 사람들과 어울림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게 되었다.

다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 정도 나누며, 사람 사는 멋이 어울림에서 비롯된다.

음식에서 어울리고 절에서 어울리고 정서도 함께 어울려 즐기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네 인생은 이렇게 어울리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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