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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공 Jan 21. 2023

부처님 세뱃돈

부처님도 용돈이 필요하다


스님은 정공에게 묻는다.

"거사님! 숯불갈비집 부부를 만나는 지요?"

"예! 가끔 보이긴 하는데, 왜 그러시죠?"

"요즘 절에 통 보이질 않아요, 특히 올해 일 년 등도 안 달고...."

"제가 보면, 스님께서 안부 전한다고 말을 할게요."

"감사합니다."

정공은 절을 나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숯불갈비집 부인은 열심히 절에 다녔다.

왜, 뜸한 이유를 물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갈빗집을 향했다.

"어서 오세요! 일행은 없나요?"

"저 혼자입니다."

"그래요? 일단 앉으시죠."

"사장님은 안보이시는군요."

"요즘,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아! 그렇군요, 이사장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술 한잔 하실 거예요? 고기는......"

"아니, 그보다 먼저 물어볼 말이 있어요."

스님이 궁금해한다는 안부를 전했다.

"제 남편이 가지 말라고 했어요."

"아니, 왜죠?"

"절에 돈 갖다 주지 말고, 새마을금고에나 투자하라고 그래요."

"............."

정공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절에 가는 것은 투자나 대박 나라고 다니는 것은 아닌데, 꼭 그렇게 들리는 것 같았다.

역시 부부는 용감했다. 부부는 서로 닮아 간다고 그랬다. 그래서 같이 사는 모양이다.

정공은 말없이 갈빗집을 나왔다.

 

숯불갈비집은 30여 년 동안 동네에서 돈도 엄청 벌었다.

30년 전에 정육점으로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장사가 잘되었다.

이제는 빌딩 한 채를 동네 복판에 우뚝 세웠다.

그런 갈빗집 부부가 수년간 다니던 절을 순식간에 발을 끊어 버린 것이다.

돈이 많이 벌고 했으니, 딴생각도 났는지 새마을 이사장에 도전하게 되었다.

돈이 신분상승을 시켜준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결국 돈이 사람을 변하게 했다.

정공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여겨지며 이해를 했다.

왜냐하면 그 갈빗집 부부는 평생 고기 장사만 해왔기에, 고기 외엔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한 가지 장사로 생계를 유지해 왔고 살만하니, 또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렇지만, 여태 절에 다녔는데 하루아침에 뚝 끊어버리고는 스님께 한마디 말도 없다는 게 경솔하다.

사람을 대하는 기본 매너가 되어 있지 않았다.

스님도 사람인데, 이건 무시해도 유분수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이 절에 오라고 하지도 않았고, 오지 말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본인들이 좋아서 왔고 바라던, 바라지 않든 간에 부처님께 소원을 빌며 기도를 해왔다.

스님으로서는 본인들의 뜻에 따라 빌어주고 염불을 했을 뿐이다.

최소한 스님에게 앞으로 어떤 일로 인하여 못 가게 되었다고 통보는 했어야 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오지 않으니, 스님으로서는 궁금해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어쨌든 그런 일이 좀 지나서 정공은 절을 찾았다.

"스님! 갈빗집과 어떻게 인연이 이루어졌지요?"

"갈빗집 부인이 절에 처음 오신 지가 30여 년이 되었지요."

"어떻게요?"

"정육점을 차렸다며 부처님께 장사가 잘되도록 빌어달라고 소승에게 말을 했지요."

"그리고요?"

"그 이후로 절에 행사가 있는 날이면 꼭 참석을 해왔죠."

"결국 장사가 잘되었고, 지금 빌딩까지 지었잖아요."

"네~에, 잘되었네요."

"그런데 그 은혜를 모르고....."

"괜찮습니다, 이제야 갈빗집 부부가 절에 오지 않는 이유를 알았어요."

"배은 망덕한 게 아닙니까?"

"아니에요, 소승은 아무런 마음과 생각이 없어요. 그냥 갑자기 안 오는 게 궁금했을 뿐이었죠."

정공은 잠자코 스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스님! 실은 갈빗집이 동네에서 원성을 사고 있는 이야기는 차마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오래전부터 그런 일이 있었죠"

정공은 스님에게 갈빗집 관련 지나간 이야기를 전했다.

갈빗집 하기 전, 정육점 할 때였다.

그 정육점에는 사장님 모친이 늘 가게 앞에 따스한 햇볕을 쬐고 앉아 있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다정다감하게 말을 붙이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한다.

고기 사가는 사람은 꼭, 할머니 건강을 묻곤 했다.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아들 자랑도 자주 했지만, 딸 자랑도 엄청했다고 한다.

또한 할머니는 돈이 많았다. 그래서 정육점을 차릴 때, 할머니돈으로 차렸다.

할머니가 돈자랑도 늘 했는데, 인심이 좋아 실제로 동네 사람들에게 선심을 썼다.

딸도 가끔 찾았는데, 올 때마다 할머니에게 수천만 원을 받아 갔다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병환이 들어 집 밖에 나오지 못했고, 사람들도 궁금했었다.

그리고 할머니 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시기 전에 딸을 찾았다고 한다.

정육점 사장은 일체 연락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사장 누이가 오자말자, 사장 뺨을 수차례 때리고 동네가 떠들썩했다.

사장 누이가 격분한 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하루 지나서 사장이 연락을 했던 것이다.

사람들 말에 의하면, 할머니가 누이에게 유산분배에 대한 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어, 그랬다고 한다.

어쨌든 그 사건으로 인하여 사장이 동네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빌딩에 세를 주었는데, 아래층 세입자가 독거노인으로 월세를 못 내자, 바로 쫓아냈다.

그 노인은 할머니와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고, 기초생활 수급을 받으면서  올데 갈 데 없어 할머니가 아래층에 세입자로 살게 해주었다고 한다. 결국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사장은 즉시 노인을 내쫓았던 것이다.

이러한 여론이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낙방되고 말았다.

"그만 가겠습니다, 스님!"

정공이 일어나려 하자, 스님이 줄게 있다면서 잠깐 기다려 달라고 했다.

"스님! 또 부처님 세뱃돈을 주시는군요, 작년에도 그랬는데...."

"받아요, 이건 소승이 주는 게 아니라 부처님이 주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받고요."

"스님! 우리 아이들 것까지...."

스님은 한 해, 액운을 물리치는 부적과 재수 부적을 담은 주머니를 열었다.

그 주머니에다 오천 원짜리 새 지폐를 꼬깃꼬깃 접어 넣어 주셨다. 그리고 말씀을 하셨다.

"설날에는 부모님들께서 자식들에게 세뱃돈을 주잖아요, 그와 같은 이치입니다."

"스님이 무슨 돈이 있어 주십니까?"

"하하하! 그럼 부모님들도 무슨 돈이 있겠어요?"

".........."

"자식들이 돈을 벌어 부모님 용돈을 주잖아요, 그와 마찬가지로 불자들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죠."

정공은 스님의 말을 듣고, 부처님 세뱃돈과 용돈의 의미를 깨달았다.

스님의 오천 원짜리 지폐를 담은 부적주머니는 행복한 새해 선물이었다.

소박하고 진정한 삶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새해 복 받으라는 그 복은 물질의 풍요가 아니라, 재앙 없는 나날을 기원하는 것이다.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건강을 바라는 것과 같이, 나쁜 기운은 없애고 좋은 기운만 받으라는 마음이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뜻이기도 하다.


스님이 <화엄경> 법성게를 설하며 법문 하였는데, 느끼는 바가 컸다.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하나 가운데 일체 있고 다중에 하나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다가 곧 하나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 빈손으로 태어난다.

성장하면서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거나 돈을 벌어 부자가

되기도 하겠지만, 누구나 죽을 때는 다시 빈손으로 돌아간다.

나의 육신은 대 자연으로 돌아간다. 죽음은 슬픈 게 아니다.

슬픔은 없던 사건이 생겨야 슬픈 것이지 본래 없던 ‘나’가

없는 곳으로 되돌아가는데 무엇이 슬픈 것이겠는가.

죽음은 텅 빈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사업에 망하면 수치스럽고 괴로운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가난했던 사람은 어느 날 돈이 없어도 망할

것도 없고 괴로울 것도 없다.

원래 가난한 사람은 특별히 가난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래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본래 빈손이다. 나는 자연이다.

이러한 진리를 아는 것이 깨달음이고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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