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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공 Jan 08. 2023

셔틀콕 스님

스님도 똑같은 사람이라고요

"어라? 웬 스님께서...."

정공은 동네 뒷동산 약수터에 있는 야외 코트장에서 한창 열심히 민턴을 치고 있는 동호회원들 사이에 스님을 발견하고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구장에 들어섰다

코트가 2개인데 하나는 혼복조 2팀이 게임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코트에는 6명이서 3명씩 편을 나누어 3 대 3 게임을 하는데 그중에 스님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스님과 게임하는 사람, 구경꾼들도 깔깔대며 웃고 너무너무 재미있는지, 사람이 옆에 와도 본체만체한

정공은 잠시 게임을 구경하며 흐르는 분위기를 맞춰가면서, 들어갈 타이밍을 기다렸다.

어느 정도 게임이 끝난는지, 게임인원은 주위를 보며 손짓을 했다.

정공은 일행들에게 인사를 하고 야외구장에 마련된 먹거리 자리에 앉았다.

회장이 반기며 말한다.

"오랜만에 오셨군요, 일이 많이 바쁜가 봐요?"

"아~예, 이것저것 좀 한다고....."

"그런데 스님께서 게임을 하는 것을 봤는데, 언제 가입하셨나요?"

"하하하! 스님은 벌써 가입했지요, 이젠 스타입니다."

"스님 운동신경이 대단하던데요."

"3대 3 경기를 주도하고 있어요."

"스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예~ 반갑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같은 동네 사람입니다만, 스님께서는 어느 절에 계신가요?"

"바로 이 구장뒤에 있는 절이지요."

"아~ 계곡산장 에 있는 절을 말하시는군요."

스님은 2개월 전, 벚꽃이 떨어지는 봄날에 홀연히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구경하면서 가입해도 되느냐 하길래, 처음에는 회원들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회장부인이 접대멘트로, 한 게임하자고 제의해서 개인전이 시작되었다.

회장부인은 창단멤버로 중급 실력인데, 스님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스님이 퍼펙트게임을 벌여, 2세트 2:0 완승을 거두었다고 했다.


"앉으시죠, 스님~"

"네~에, 감사합니다."

스님과 정공은 먹거리 자리에 앉자, 나머지 사람들은 제각기 자리를 잡았다.

늘 해왔던 것처럼 게임이 끝나면 음식 잔치고, 즐거운 파티를 벌인다.

게임은 끝났고 회원들은 술과 라면, 고기 등을 먹기 시작했다.

일부는 고기도 구워 스님과 정공 앞에 내민다.

한 상 가득 받아, 푸짐해서 마음이 풍요롭다.

택시 운전, 보일러 기사, 참기름집 사장, 고깃집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동네 사람들이 어울려 게임치고 난 뒤, 둘러앉아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서 왁자지껄 떠들며 웃고 행복감을 만끽한다.

"어? 스님도 고기를 잘 드시네~여~"

누군가 스님을 보며 말했다.

스님은 고기를 쌈에 싸서,  한 입 가득히 물고 웃기만 했다.

"스님이 고기를 잡숫네~ 허! 허!"

회원들끼리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린다.

"스님! 언제부터 민턴을 시작했나요? 선천적으로 운동을 잘하시나 봐요."

"아니에요, 운동은 몸이 아프고 난 뒤, 건강회복을 위해 시작했죠."

그동안 스님은 신변에 일어났던 일을 소상히 털어놓았다.

새벽예불 중에 법당에서 쓰러져 있던 스님을 새벽기도차 왔던, 공양주 보살님이 발견해서 119에 연락해 병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생명은 간신히 건졌다고 했다.

그래서 스님은 요즘도 법문을 할 때, 꼭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부처님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바로 우리 곁에 있어요.

가족, 이웃 모두가 부처님이고 보살님들인 까닭이죠."

그 이후로, 스님은 불과 기도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등산과 산책으로 건강을 챙긴다고 했다.

민턴도 그렇게 운동삼아 이곳저곳 돌다가 동네 야외구장을 발견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스님 민턴 실력은 예사롭지가 않던데요?"

"허허허! 그래요? 그럼, 부처님이 도왔나 봐요."

"부처님도 민턴을 쳤나요?"

"원래 배드민턴은 인도가 고향이죠, 고대 인도 상류층에서 행하는 고급스러운 경기이죠."


스님은 민턴의 세계를 보며 생각에 젖었다.

옛날 전생을 되살려 보니, 혹시 어떤 인연이 불러 다가왔는 것 같다.

'머나먼 서쪽 나라 인도의 푸나에서 꿈을 찾아 동방의 등불을 찾아, 이역만리 먼 길을 찾아왔다.

동방의 축제에서 요정이 되어 은반 위에 사랑과 행복을 가득 싣고서 살포시 다가왔다.

빨주노초 형형색색 화려하게 수놓은 유니폼 속으로 우아한 나비처럼 그렇게 날라 왔다.

번개 같은 스매싱, 제비 같은 리시브, 마치 은반 위에 춤을 추는 새하얀 깃털이 되었다.'

이렇게 우아하고 맵시가 있는 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스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세요?"

"아~예! 민턴이 너무 재미있어, 옛날 생각이 났어요."

"그렇죠? 그런데 스님께서는 일반 스님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어떻게요?"

"뭐랄까...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스님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소승도 최근에 들어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스님이 우리들과 같이 어울리니, 이제는 불교가 좀 더 가깝다고 느껴져요."

"그래요, 불교가 어렵고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깊은 산중에서 수행하고 도나 닦고 있으니, 쉽게 불교를 접할 수가 없지요."

스님은 불교가 변화를 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조선시대에도 이교도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포교활동을 했어요.

지금 시대에는 현대식으로 다가가야 해요.

어렵게 깨달음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 모두 달아나요.

같이 함께 하고 스스로 즐겨야 해요."

정공은 스님과 함께 구장에서 나와, 스님의 절로 향했다.

그리고 요사체에 들어가서 차 한잔을 나누며 스님과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왜, 민턴이 인기가 있을까요?"

스님이 먼저 물었다.

"재미가 솔솔 나지요,  마치 신나는 춤을 춘다고 할까요."

"맞습니다. 불교도 생활체육 민턴처럼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선 사상자체를 바꾸어야 해요."

"선교나 포교차원의 말씀인가요?"

" 수행자 입장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면에서 불교의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요?"

"재미있고 신나는 부처님으로 전환시켜야 해요."

"쉽고 즐거운 방법이 또 따로 있나요?"

"우선, 소승부터 근본사상을 바꾸는 거예요."

".........."

"소승도 스님이전에 하나의 인간으로서, 사람들과 보다 가깝게 다가가서 즐기고 하나가 되는 겁니다."

"그럼, 절에서 하시는 일이 소흘 해지지 않나요?"

"기본적 본분은 잊지 말아야죠."

".........."

"기본적 본분이란 가장 인간적인 면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진정한 스님으로 살아가는 것이에요.

요즘 신도들이 스님이상으로 똑똑하고 많이 배웠어요.

더 이상 어렵고 고차원적인 것을 이제는 내려놓고, 동등하게 존중하며 상호의존적 자세로 말이죠.

왜 민턴도 복식이 더 재밌잖아요? 아니, 그보다 3 : 3 게임이 더욱 재미있죠.

이렇게 민턴처럼 어울려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모든 해답이 나옵니다."

정공은 절을 나오면서, 숨을 크게 쉬며 하늘과 산을 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절에 가는 이 오솔길이 정다웠다.

사람들은 즐거움을 가지고, 이 길을 걷다 보면 새들이 노래하고

길가에 꽃들도 미소 짓고, 모두가 다 반가운 듯이 다정한 인사를 나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며 노래를 가볍게 불러보니, 하늘하늘 새털처럼

날아오르는 이 기분은 상쾌하니, 새가 되어 창공을 나르는 것 같다.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와,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어 멋진 춤을 춘다.

매일같이 오솔길 따라 사람들이, 신나는 춤을 추기 위해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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