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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포레스트 Oct 17. 2022

영화_미스 슬로운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이긴다는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


 나에게 미스 슬로운은, 포스터는 기억이 나지만 보고자 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 영화였다. 이유는 한국판 포스터였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게끔 만들어졌던 영화. 대부분의 영화들은 배우 라인업에 예매율이 달려있다. 하지만 이 영화 포스터는 그의 팬이 아닌 이상 누군지 잘 모르게끔 만들어놨다. 

내용도, 배우도 모르게끔 만들었는데 문구까지 눈길을 끌 수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안 볼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추천을 받았다. 


한국판의 포스터가 얼마나 별로였는지 알 수 있는 사진이다. 


추천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좋아할 영화라고 했다. 주인공이 여자고, 능력이 있는 여자. 나는 여자가 본업을 잘하는 영화를 굉장히 사랑한다. 그래서 그런 영화 위주로 봤고 포스터를 보고 끌리지 않았던 영화가 말 한마디로 움직였다. 좋아! 오늘은 이거로 보겠어.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상은 외로움과 경의로움이 가득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해보자면, 굉장히 유능하고 유명한 로비스트 미스 슬로운이 본인의 신념대로 살기 위해 거물급 회장님을 까고 회사에서 나와 비영리단체 쪽과 손을 잡고 이직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본인이 키워온 팀원의 절반을 데리고 나가 총기규제 관련 법에 관하여 총기 구매 시 신분을 등록해야만 하는 법이었다. 신분을 등록하고 사게 될 경우 범죄자들 및 위험인물들이 총기를 쉽게 소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기 소지 측의 뒷배는 후원금도 많은 대기업을 상대로 비영리단체가 맞붙는 게임이기에 쉽지 않고, 중립인 22석 중 14표 이상을 가져와야만 슬로운 측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슬로운은 어떠한 방법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데 그중 하나가 새로운 팀원의 과거의 아픔을 끄집어내고 가시화하는 방법을 택한다. 또한 불법적으로 팀원들의 뒤를 캐고 다니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며 승리와 가까워지지만 잠을 자지 않고 일하는 탓에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곁에 사람을 두지 않는 슬로운의 성적인 외로움은 불법 중 하나인 사람을 사서 달래기도 했다. 결말을 그리기까지의 뒷 구상들이 탄탄하고 짜임새가 좋았다. 심지어 반전까지 들어가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이 있다면 '왜 여자들은 이토록 성공이라는 길이 남자보다 더 험난할까?'였다. 남성이면 대단하다고 칭송받았을 일들을 여성이 해낸다면 늘 독한 사람으로 칭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우리가 다른 것은 그저 성별이라는 점 하나인데, 서로가 같은 능력치를 지녔어도 들이는 노력은 배의 배가 된다. 웃기지 않은가? 여성이 비슷한 능력치의 남성을 뛰어넘으려면 잠 또한 거의 못 자다시피 노력을 해야만 겨우 따라잡는 수준에 이른다. 이 말이 이해가 안 간다면 당신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기득권층이 모두 남성인 곳에만 갇혀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중간부터 그는 이 게임에서 질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전 회사에 심어둔 스파이 동료 덕에 본인의 재판이 열리게끔 유도를 하며 본인 또한 빠져나갈 수 없는 자리였지만 재판장을 더 큰 곤란 속에 밀어 넣어 결과적으로는 게임에서 이기게 된다. 비록 본인 또한 유치장행을 피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이길 수 있는 확률이 거의 0%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그만큼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게임을 이어나간 슬로운이 유능했던 탓이다. 유능하기에 많은 팀원들이 따랐으나 사실 정말 마음을 줄 만한 사람은 없는 외로운 길을 걸었다. 본인이 사람들을 동료가 아닌 도구로 활용했던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그는 거짓말을 잘하고 싶어서 잘한 게 아닌, 강제적으로 그렇게끔 살아가게 유도된 삶을 살아온 인간이다.


이 영화의 도입부에서는 슬로운이 직접 키워 온 후배가 슬로운을 버리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여적여' 프레임을 씌웠다. 슬로운은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내가 봐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라고 하며 적이 된 관계를 선포했다. 여성끼리 조금만 틀어진다면 주변 사람들은 여적여를 외친다. '거봐. 여자의 적은 여자라니까?', 혹은 '여자는 다른 여자가 잘하면 시기하더라.' 등의 말로 시작한다. 나 또한 또 그 프레임인가?라는 생각으로 봤으나 역시나! 나중엔 그 후배가 스파이로 나오면서 정말 큰 일을 하는 조력자로 나온다. 드디어 여성은 미디어 내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물론 그런 상황들도 있겠지만 그건 꼭 '여성'이기에 적이 되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드디어 우리들은 적이 아닌 동지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또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초반에서 나오는 장면인 

"여자들을 총기 로비에 끌어들이기 위해 핑크색 포장지를 씌우라니 너무 상스럽네요. 나이 든 남자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죠."라고 말하는 미스 슬로운의 대사였다. 

맞다. 우리는 PINK TAX를 지불하고 있다. 핑크 텍스란 여성들이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들에 추가적인 돈이 붙거나 해당 상품들의 금액대가 하루가 멀다 하고 껑충 뛰는 현상들을 말한다. 

어린 시절 우리가 흔하게 즐겨먹는 국민간식 떡볶이도 1인분의 3000원 기준이 아닌 3-4인분에 14000원 시대로 바뀌었다. 떡볶이는 남성들이 주로 시켜먹는 것이 아닌 여성들이 즐겨먹는 음식으로 불린다. 양이 늘었다지만 가격도 는 탓에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서 떡볶이는 사치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에서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디저트들은 온갖 카페 및 베이커리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등장하며 가격 또한 멀다 하고 비싸진다. 핑크라는 개념을 씌우기 시작하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의 가격 또한 올라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남성보다 덜 벌고 더 쓰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게 마치 당연하단 듯이. 원래부터 급이 나누어져 있어서 그렇게 살아야 하는 듯이. 그런 사회를 비판하는 대사로 잘 녹였다고 생각해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또한 이런 류의 영화들이 시사하는 바는 정말 크다. 항상 우리는 TV를 켜도,  책을 읽어도 항상 기득권층은 남성만 보며 자랐다. 그게 당연한 시대에서 살았기에 고위 관직의 이름만 대어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임에도 자연스럽게 남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씩 변했다. 현실이 자꾸만 유리천장으로 막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깨부숴 기득권층에 올라간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한 현실은 TV에도 반영되고 책에서도 반영된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서 점차 바뀌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일을 하는 멋진 여성'을

꿈꿔오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우리도 보고 달려갈 미래의 롤모델들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집안일을 잘하는,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여성이 아니라 일을 잘하고, 능력 있고, 다재다능한 여성으로 바뀌어감을 느낀다. 모든 것을 잘하는 슈퍼우먼이 아닌, 모든 시련을 겪었음에도 강해지는 그런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미디어에 이런 여성들이 더 많이 노출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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