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레나 노 Nov 27. 2024

에필로그.

Level up

살기 위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 훈련 1-살아야겠습니다. 잘 살아내야겠습니다.’ 글은 정말로 살고 싶어서 쓴 글이었다.


이 글을 쓰던 날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불현 듯 어마무시한 공포가 찾아온, 그 날이었다.

눈물은 닦아내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떨어져내리고, 손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렸다.

아무런 사리분별이 되지 않아 회사에 있는 예비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엉엉 울었다.

‘사는게 너무 무서워. 나 너무 무서워.’


내가 나에게 당황한 만큼이나 당황한 예비 신랑은 '괜찮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거야.'라는 말로 한참 나를 다독이다가 '집에 있으면 불안하니 기도를 하러 나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나에게는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잠옷을 대충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아이패드를 챙겨 무작정 집 밖을 뛰쳐 나왔다.


메리와 산책하던 공원 벤치에 앉아 한참을 울다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곤 공원 옆 노브랜드 버거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음훈련 1번 글을 써내려 갔다. 

노브랜드 버거 구석의 테이블에서 엉엉 울면서 그 글을 썼다. 그리고 나선 교회에 들러 고요한 곳에서 기도를 하며 마음을 다독이다 집에 들어왔다.


죽음과 죽음, 연이어 찾아온 죽음에 또 다른 죽음이 꼬리를 물고 찾아왔을 때 나는 신 앞에서 완전히 넉다운이 되어버렸다.


천국을 믿는 내게는 죽는 것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넘어진 자세 그대로 널부러져 있었다.

연속된 상실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살아있다는 것이 두렵기까지 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불행이 골목 어귀에서 내가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불쑥 내 어깨를 덥썩 잡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렇게 인생이라는 계단을 또래 친구들보다 한 걸음 먼저 올랐다. 오르고 보니, 나보다 먼저 그 고된 계단을 올라있는 사람들이 그제서야 보였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내가 조금 더 일찍 겪은 것 뿐이었다.


내가 믿는 신은 내게 불행을 주는 분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작고 좁은 상자 안에 갇힌 쥐처럼 떨었다.

꼼짝없이 몸에 붙어버린 끈끈이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이러다 정말 삶의 모든 의지를 놓아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올해에 일어난 모든 일을 두고 신을 결코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의 철저한 준비와 계획 속에서 일어난 일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가장 최상의 것들을 준비해주셨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올해에 일어난 일은 이전의 삶에서 마주했던 불행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느낌이었다.


주변에서는 나의 삶이 결혼을 앞두고 새롭게 정리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을 수천 번 게워내야만 겨우 숨통이 트일 정도로 아픈 이별들이었지만, 내내 마음 한 켠을 복잡하게 했던 일들이 하나씩 정리가 되었다.


몇 년 전, 일기처럼 종교 묵상 에세이를 몇 편 쓰고는 브런치를 접었다. 그 땐 작가신청을 할 생각도 못했다.


올해 다시 불현듯 글을 쓰고 싶어 블로그에 끄적이다 브런치가 다시 떠올랐다.

처음 도전했을 땐 몇 년 전에 적어둔 글 몇개로 무작정 작가신청을 하고선 똑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너무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내 삶을 가만가만 글자에 담아 작가신청을 했다.

내 삶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든 먹힌다. 그만큼 절절하고 아픈 이야기들이니깐.

그래도 이제는 그 절절하고 아픈 이야기들을 때론 포근하게 때론 유쾌하게 잘 풀어내본 것 같다.

여전히 담아야 할 이야기가 많지만 마음 훈련 Ver.1은 이만큼만 담아보기로 했다.


글을 발행하면서 많은 작가님과 독자분들의 위로를 받아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화면 너머로 보내주시는 큰 사랑에 무너져있던 마음이 다독여지고 단단해져갔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달라졌다.

부끄러워 꺼낼 수 없던 나의 삶이, 사실은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보석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깐.


마음 훈련 Ver.1을 마치고, 마음 훈련 Ver.2를 기록하려고 한다.

그곳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까? 아마도 더욱 포근하고 더욱 유쾌한 이야기들로 가득할 것이다.

이전 20화 마음 훈련 19- 인생을 즐겁게 사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