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입양 준비 과정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비워졌다.

by 다정한


시. 험. 관. 여전히 차가운 세 글자다. 과학실험에 사용하는 유리 시험관이 먼저 떠올라서일까? 그 과정의 험난함을 익히 들어서일까? 안 그래도 병원이라면 벌벌 떠는 내가 시험관 시술을 결심했다. 후회 없는 입양을 위함이다.


#산전검사

물론 시험관 전에 수많은 검사와 인공수정도 했더랬다. 임신이 안되자 결혼 후 1년 만에 관련 검사를 받았다. 먼저, 나팔관 조영술. 나팔관에 조형물을 넣어 막힘의 여부를 검사하는 시술이다. 나팔관은 시원하게 뚫려있었다. 매년 건강검진에서 난소의 건강은 체크하고 있었고 역시 문제없었다. 그럼 혹시 남편이 문제인가? 남편 검사 결과, 정자의 운동성 및 양 체크에도 이상무. 문제 있다면 해결하면 된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임신이 안될 때는 더 난감하다.


검사를 한 지 1년, 아니 2년이 지났을까? 흑염소도 한 마리 먹었고. 한약도 여러 첩 먹었다. 커피는 쳐다도 안 보고 말이다. 좋은 것만 먹으며 애를 썼는데 소식이 없다. 매달 배란기에는 열심히 노력을 하고 매달 마법이 걸리는 날에는 패배감이랄까? 절망감을 맛본다.

어느 날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에 들어가 엉엉 울었더니 남편이 말했다.

"왜? 누가 임신했대?"

어떻게 알았지? 다른 사람의 임신 소식에 아무렇지도 않게 축하하면서도 집에만 오면 베개가 다 젖도록 눈물을 흘리는 일이 한두 번이어야지. 아. 그런데 남편은 왜 그리 쉽게 말하지? 이게 뭐, 나 혼자만의 일인가? 너무 섭섭하고 어이없어서 더 크게 소리 내어 울었더랬다.

그런데, 남편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속상했겠지. 자존심도 상했을 거고. 나 아프고 나 속상한 게 감당이 안 되어서 남편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무심하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울...었...겠지?


#인공수정

다시 병원 문을 두드렸다. 인공수정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인공수정은 난자를 과배란 시킨 후 질 좋은 정자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수술은 아니고 시술 정도. 그러나 마음은 얼마나 무겁던지. 과배란을 위한 약을 먹었다. 뇌하수체를 심히 자극하는지 머리가 띵할 정도로 아팠다. 그 띵함은 요즘도 간간이 느낀다. 진정, 이렇게 인위적인 시술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병원도 여러 번 가야 했다. 왕복 5시간은 걸리는 곳인데. 배란 정도를 살피고 가장 좋은 시술 일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

드디어 그날, 시술대 위에 올랐다.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칸이 나뉘어 있는 시술실에 10명 남짓 누었다. 그 과정이 어떻든 간에 이렇게까지 했고 큰 문제없다니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마법의 날 즈음 더 많은 양이 나왔다. 또 펑펑 울었다. 점점 더 울보가 되어갔다.


인공적인 것이 싫어 몇 년을 기다렸다. 자연임신의 가능성을 기대하면서도 입양을 공부했다. 밀알의 후회도 없는 입양을 위해 시험관에 돌입한다.


#시험관아기시술

임신하는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쉬울 것 같지만 그게 제일 어렵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는 데 5년이 걸렸다. 연약한 마음에 근육이 생겼다고나 할까? 아이 없이 살 수 있다는 배짱과 아이가 없으면 입양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 물론 무려 5년이 걸렸다. 그렇게 아이에 대한 간절함을 다 비우고 나서야 병원에 갔다. 아이 없이 살거나 입양을 하려면 마지막 남은 시험관은 해보자 하고. 무섭고 무섭지만 시험관까지 해야만 완전히 미련을 버릴 수 있겠다 싶었다.


드디어 삼신 할배를 만났다. 시험관을 한다고 하니, 세월이 흘러, 나이도 많으니 삼신 할배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내가 다닌 대구의 모 난임병원에는 시험관을 하는 산모의 상태가 힘들 때, 뵐 수 있는 원장님이 계셨다.


먼저 깨끗한 자궁을 만들기 위해 자궁 내벽을 살짝 긁어내는 시술부터 한다. 자궁내막 술이라 하는데 많이 아팠다. 물론 1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짧은 시간을 견디면 되었다. 시술하러 가던 날, 폭풍 검색을 했고 상상했던 것만큼의 아픔이었다.

인공수정 때는 약만 먹었는데 주사도 맞아야 한다. 주사 담당은 남편이다. 병원도 주사도 나는 너무 무섭다. 과배란과 난자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주사라고 해서 열심히 맞았다. '그래 주사쯤이야. 맞보지. 뭐. 주사 너,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해볼까!' 매일 아침저녁으로 시간을 맞춰 맞았다.

드디어 과배란 된 난자를 만나는 날이다. 난자 채취는 다른 시술에 비해 오래 걸린 것 같다. 단독으로 들어갔고 전신 마취를 하지 않기에 채취 중에 화면을 볼 수 있다. 마음이 편안했던 것 같다. 병원도 싫고, 그 어떤 약도 시술도 싫은 내가 그 시간은 참 편안했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화면으로 보이는 난자가 매우 신비로웠다. 그런 난자를 만난다는 신비함과 기쁨이 밀려왔다.

그러나 너무 많았다. 18개가 채취됐다고 한다. 이렇게 과한 과배란은 원하지 않았다. 주사가 잘 받았나 보다. 그러나 18개를 채취했다고 해서 모두 수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니 감사하자.


난자는 정자를 만나 수정란이 되었다. 잘못된 것들은 폐기가 되었고 단, 다섯 개가 남았다고 했다. 단, 다섯 개라 썼지만 하나도 남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하니 정말 감사해야 한다. 그중에 하나만 주입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나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기에 신선 배아 시술은 어렵고 모두 냉동해 두었다가 나의 몸이 회복되면 그 후에 하자고 하셨다.


일말의 과정들이 마쳐졌다. 숨 돌리기 무섭게 응급실에 갔다. 밤중에 심한 복통이 찾아왔고 배가 봉긋하게 부풀어졌다. 참는 것은 잘하는 편이지만 이번은 달랐다. 40분을 차로 달려가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과배란으로 인해 복수가 찼단다. 일부 난포들을 바늘로 터트린다고 했다.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겠다. 임신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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