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여행지 잊지 못할 그곳들

by 호접몽


사람살이, 다 그렇다. 바쁜 일상에서 항상 여행을 생각할 수는 없지만, 차곡차곡 접어두었다가 꺼내들어 추억에 잠겨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껏 정리조차 되지 않고 중구난방 자리하던 기억을 하나씩 펼쳐보고 먼지 털고 쓸고 닦아서 기억 속에 자리 잡아주었다. 그동안 나의 작업은 그런 것이었다. 사라질 것은 사라지라고 놔두되, 기억할 것은 좀 더 깔끔하게 정리해서 내가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는 것이었다. 100일간 지난 여행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마련하자고 계획한지 벌써 99일째가 되었고, 계절은 경칩을 지나 봄을 향해 가고 있다. 아니, 이미 봄이 와있다.



오늘은 마무리 작업의 의미로 그동안 작성한 '귀차니스트 여행법' 글들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본다. 글을 쓰며 잊고 있던 내 기억을 되살리는 시간이 행복했다. 여행을 할 수 없어서 여행을 떠올리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시작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내 여행의 기억은 흐지부지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기대 이상의 시간이었다.



먼저 나는 미술관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여행 사진을 뒤적여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곳에 방문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했다. 로댕 미술관을 시작으로, 파리 피카소 미술관의 기억, 오르세 미술관, 파리 죄드폼에서 현대 미술 감상, 파리 퐁피두 센터 방문, 루브르 박물관까지 모아놓고 생각하니 미술관의 기억이 한가득이다.



미술 감상은 미술관 안에서도 좋았지만, 파리 거리에서도 확장되었다. 때로는 파리 거리에서 그래피티를 찾아보기도 하고, 미술관 밖으로 나와서 지나가던 갤러리의 그림에 마음을 빼앗겨 한참을 감상하기도 했다. 사진 속 작품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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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행지보다 남다르게 마음이 가는 곳도 있었다. 그곳이 좋아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곳에 갔던 그 당시의 내 마음이 열정적이어서 더 애착이 가는 면도 있겠다. 흔히 여행을 이야기할 때,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다고들 말한다. 시간이 많고 돈이 없던 때였지만 열정만은 부자였던 그 시절, 나는 참 많이 돌아다녔고 그 기억들이 차곡차곡 자양분이 되었나 보다.


인도의 함피, 마말라푸람, 남인도 코발람 쪼아라의 리조트, 베트남의 무이네, 이탈리아 베네치아, 시에나, 비첸차, 파리 바스티유의 장날 등 장소에 따른 기억도 조각조각 다 추억이다.



에피소드들도 새록새록 기억난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엉뚱한 곳에 내렸던 기억,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만났던 일, 성자를 찾아 따라나설까 살짝 혹 하다 만 일, 거지 비슷한 체험, 수행자인지 마술사인지 모를 사람을 만나 벌어졌던 신기한 일, 인도영화 엑스트라 출연 이야기, 트레킹 도전했던 이야기도 있다. 인도는 영화를 많이 제작해서 흔히 제작 장면을 쉽게 볼 수 있고, 내용만 맞으면 길거리 캐스팅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나가는 외국인 1', 뭐 그런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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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식가이지만 호기심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나만의 기억도 있다. 채식 기내식을 주문해본 것, 인도와 중국에서 야채만두를 주문했을 때 나온 만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식성에 대한 생각 등의 글이 있다.



음식이 나오면 바로 먹기 때문에 사진에 담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나에게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음식 사진과 그 음식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여행지마다 과일 잔뜩 사서 숙소로 들어와 휴식을 취하며 먹었으니, 과일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생각했지만 또 먹게 된 과일들도 기억난다. 차나 커피 등 음료에 대한 기억도 담아두었고, 예상과 달랐던 음식도 떠올려보았다.



길거리 동물과 만난 이야기, 특히 고양이, 여행길에 만난 동물들, 꽃, 인도 여행 중 부겐빌레아 등 동식물에 대한 기억도 모아보니 한가득이다. 또한 여행지에서, 여행지이니까, 여행지라서 사진에 담은 일출과 일몰도 그때 그 장소로 나를 소환해 준다.



오늘은 그냥 새로 기억을 떠올리기보다는 이렇게 지난 글들로 추억을 되새겨본다. 예전의 여행도 소중한 추억으로 글의 소재가 되었지만, 지난 100일 동안 매일 같이 여행을 떠올려본 시간 또한 나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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