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접몽 Mar 06. 2021

호기심으로 먹어본 기내식


여행 사진을 뒤적이다 보니 기내식 사진이 눈에 띈다. 사실 비행기 이륙할 때면, 카메라는 가방에 넣어두었으니 꺼내 들기 귀찮아서 기내에서 사진을 찍은 일이 거의 없다. 그런 데다가 '밥이 나왔는데 사진을 찍고 있다?' 그것은 나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나에게 기내식 사진이 있을 리가 없었다. 파리행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 말고는 말이다.



비행기를 타고 일단 출발하면 안전벨트를 매고 무사하게 이륙하기를 바라며 가만히 앉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륙을 하고 안정권에 들어서면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진다. 스튜어디스의 안내가 이어지면 사람들은 자리를 뜨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행기 안은 여기저기 수다가 늘면서 무언가 자유로워진다. 바깥 구경도 하고, 하늘 한 번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 무렵 식사가 제공된다. 공항까지 와서 줄 서서 입국심사를 거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륙까지 마치고 나면, 살짝 배가 고파지는 시간이 온다. 그렇게 때맞춰 식사가 제공되는 것이다.



그때 그 사진을 찍은 데에는 특별함이 있다. 사실 예전에 에바항공 파리행 비행기에서 거의 끝부분에 앉았는데 밥을 너무 늦게 주는 것이었다. 배는 고프고 순서는 기다려야 하고, 그 시간이 지겹고 힘 빠지는 일이었는데, 알고 보니 채식 식단을 미리 신청한 사람들 먼저 식사가 제공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음 파리행에서는 무조건 먼저 특별식을 신청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때 보니 기내식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채식은 물론 알레르겐 대응식, 어린이식도 있고, 종교별 식사, 저자극식, 유당제한식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땅콩알러지나 갑각류 알러지 같은 경우에는 주로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가 되곤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미리 신청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김포)에서 일본 하네다, 하네다에서 파리로 가는 노선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에는 그나마 에너지가 있는 편이어서 이렇게 가는 길에는 사진에 담아두었다.


김포-하네다 노선 기내식 VLML (베지테리언 식)
김포-하네다 노선 기내식 AVML (베지테리언 힌두식)


그때 사이트에서 신청 가능한 베지테리언 식사 중 베지테리언식(VLML)과 베지테리언 힌두식(AVML)을 신청했다.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채식요리, 하나는 인도 힌두식 채식요리였다. 똑같은 거 말고, 궁금하니까 두 가지를 각각 시켜서 엄마와 나누어 먹기로 했다.


하네다- 파리 노선 기내식 (베지테리언식)
하네다-파리 노선 기내식 AVML (베지테리언 힌두식)
하네다-파리 노선 기내식 VLML (베지테리언식)
하네다-파리 노선 기내식 AVML (베지테리언 힌두식)


물론 음식은 더 나왔는데 사진으로는 이게 전부다. 지치지 않았을 때, 김포에서 파리 가던 중에 찍은 것이 전부다. 파리에서 김포 올 때에는 지치고 힘들어서 사진 찍을 경황이 없었다. 난 그렇던데 에너지 넘치는 분들 정말 부럽소.



사실 비행기를 타면 자리도 비좁고 불편하며 때 되면 주는 밥 먹고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니 소화에 부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고기를 즐기지 않는다면 채식 식단으로 미리 신청해서 가는 것도 방법이다. 밥을 먼저 챙겨줘서 식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서 좋았다. 단, 베지테리언 힌두식은 향이 강해서 컨디션이 안 좋으면 냄새가 역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지난번에는 호기심에 신청해보았지만 다시는 안 할란다.



베지테리언식은 육류나 생선류는 조리되지 않지만 계란이나 유제품이 사용된 식사라고 하니 그 정도면 부담이 없고 딱 괜찮았다. 하지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치킨이나 생선 선택해서 먹는 사람들을 보며 살짝 아쉬울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제공되는 식사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한숨 자다 보면, 비행기는 슝~~~ '잠시 후 도착 예정이니 자리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방송을 듣게 될 것이다. 착륙까지 무사히 마치면 두근두근,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이전 18화 거지 체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