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별빛 고운 흰 눈 위에 떨어져
“Oh 달링, 떠나가나요”
크리스마스의 명동 한복판.
흰눈은 내리는데, 가슴은 얼어붙는다.
그 와중에 쇼윈도에 비친 내 얼굴은 믿기 힘들 만큼 초라하다.
크라잉넛의 ‘명동콜링’ 은 그런 노래다.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음 하나,
한겨울 이별의 공기 속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Oh 달링 떠나가나요 / 새벽별빛 고운 흰눈 위에 떨어져”
첫 소절부터 이별의 감정이 가득하다.
그런데도 이 노래는 전혀 무겁지 않다.
오히려 담백하다. 조금은 허무하게, 그러나 이상하게 따뜻하게 스며든다.
크라잉넛은 1995년 결성된 한국의 대표 펑크 밴드다.
유쾌함과 진심을 오가며 20년 넘게 원년 멤버 그대로 활동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의 음악에 신뢰를 얹을 수 있다.
‘명동콜링’은 2006년 발표된 앨범 OK 목장의 젖소에 수록된 곡이다.
제목은 The Clash의 London Calling에서 가져왔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혁명도, 사회비판도 없다.
오직 한 사람을 향한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서울의 한복판에서 맞이한 고요한 마음뿐이다.
화려한 명동의 불빛 속에서
홀로 남겨진 이의 감정을 꺼내 놓는 이 노래는,
겨울이라는 계절과 참 잘 어울린다
같이 들어보면 좋은 곡으로는 많은이들이 알겠지만,
‘밤이 깊었네’ – 웃음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크라잉넛 특유의 현실 감성이 담긴 곡,
그리고 ‘룩셈부르크’ – 묵직한 위로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숨은 명곡.
크라잉넛은 언제나 시대의 정중앙보다는
약간 비켜선 자리에서 자신들만의 속도로 노래해왔다.
그래서 더 오래간다.
그래서 더 진하게 남는다.
‘명동콜링’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들을 노래가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명동 같은 마음을 지나가니까.
그 거리에 당신의 계절이 머무는 중이라면,
이 노래를 꺼내 들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