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다고?

by 이지영

글을 써본 적도, 무언가를 기록하거나 요약해 본 적 없다고 하지 말자. 우리는 언제나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요약해서 말할 줄도, 쓸 줄도 안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소통이 더욱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요즘 당신이 푹 빠져있는 드라마의 특징적인 것들도 몇 마디로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렇게 부담 없이, 말하듯이 글을 쓰면 된다.



무엇에 대해 쓰든,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면 가장 할 말이 많은 이야기, 확신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는 호소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생각해 보니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다. 글을 쓸 때 반드시 첫 문장 혹은 첫 문단부터 써야 한다고 누가 주장했단 말인가? 아무도 그렇게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일단 내가 쓸 수 있는 부분부터 써보자. 내가 내 글에 쓸 중심 생각 하나만 정하면, 글을 끝맺을 무렵에 좋은 첫 문장이 어렵지 않게 떠오를지도 모르는 법이다.



이렇게 말하면 글쓰기에는 대체로 정답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또 많은 사람이 글쓰기는 '예술'과 가까운 그 어떤 것이어서,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뭐든지 정답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글쓰기에는 최소한의 정답이 있다. 지금부터 그것에 대해 알아보자.




글쓰기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만약 '글쓰기'에 정답이 없다면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정답이 없다는 것과 같다.



예술과 일상적인 소통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미술은 그것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음악은 선율과 리듬으로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문학은 언어로 그것을 표현해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친구에게 '이번 주 토요일 6시에 만나자.'라고 백번 말한들 제대로 끝맺지 않고 자꾸 말을 하다 말면 소용이 없고, 나는 제대로 말했는데 친구가 제대로 듣지 않아 약속시간에 맞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여태까지 내가 했던 말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렇게 보면 예술과 소통은 전해야 하는 메시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일상적인 소통은 우리가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살아가기 위해 조금 더 가깝게 의사를 주고받는 것이고, 예술은 소통의 더욱 폭넓은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둘은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진심이 가닿고 싶은 누군가의 마음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손에 꼽는 '일상에서 가장 화가 나는 일' 중 하나는, 상대방이 '말을 하다 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글쓰기에서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글 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려다 다른 길로 새는 듯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혹은 '내가 문해력이 좋지 않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독자들은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을 죄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대체로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처럼 문맹률이 낮은 나라가 어디 있다고. 어려운 단어, 전문용어가 섞여 있거나 일부러 짧게 다듬어 쓰여있지 않은 이상, 어떤 글이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써야 그것이 좋은 글이다. 자신의 높은 지식을 자랑하듯 일부러 현학적으로 쓰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쓰기 전부터 독자를 한정한 셈이기 때문에, 그것을 읽느라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비슷한 맥락으로, 상대방이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자꾸 뜸을 들이는 것'도 듣는 사람의 성질을 돋우는 행동이 된다. 마찬가지로, 글쓰기에서도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자꾸 뜸을 들이면 읽는 사람들은 조용히 그 글에서 시선을 거둘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어떤 중심생각을 글로 옮긴다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고 일관되게 그것을 전달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만약 일관성이 흐트러지게 되면 논리의 흐름이 엉뚱한 곳으로 새거나 비약적으로 느껴지면 읽는 사람이 공감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통해서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두고 글을 써보자. 그리고 글을 쓰면서 그 문장을 계속해서 마음속에서 되새기며 글을 쓰는 것이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단 한 사람을 마음속으로 지정한 후에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단 한 사람에게 말하는 것처럼 몰입하기 좋은 말하기와 글쓰기는 없다. 그것은 읽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져, 몰입도를 높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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