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시험기간에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열심히 공부 하다가
시험이 끝나면 소위 '잘 노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곤 했답니다.
공부할 때, 놀고 싶을 때...
어울리는 무리가 다 다른친구였어요.
그 친구에게는 자신의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 친구도
따로 있었습니다.
어디든 꼭 한 명 있는 개그맨 같은,
즐거운 자리를 주도하면서도 공부는 귀신같이 잘했던 이 친구...
하지만 옆에서 보는 저는 안타까웠습니다.
아무도 이 친구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결국 그 친구가 만들어 놓은 관계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연애 상담을 할 때 자주 놀러다니던 친구들과 하다보니
결혼 같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도
지금 얼마나 깊은 고민에 빠져있고, 인생에 있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친구들이 그런 자신의 깊은 속내까지,
알아주지는 않았던 겁니다.
왜 주변의 친구들이 달라지면
드러나는 행동도, 이야기도 달라져야 했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어떤 모습을 갖고 있건 '친구'라고 하면,
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못 할 것이 없어야 한다는
저의 이상적인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젠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삶의 방식이 달랐던거죠,
한 명이라도 내 '진짜 모습'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상대가 있었으면 하고 갈망하는 것과
나머지는 드러낼 기회조차 없다고해도
자신의 일부 모습이 받아들여짐에 만족하는 것
이상적인 제 방식에 맞춰
현실적인 친구의 방식을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저도, 실은
우리는 어디서나, 누구 앞에서나
얇은 가면 하나 정도는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합니다.
내 '진짜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낸다면 어떨까요?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할거야.'
'내가 이 일을 한다고 하면 내가 그걸 할 수 없을거라고, 도전하지 말라고 할거야.'
이런 생각부터 스치진 않으셨을까요?
상상만으로도 서운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스치는 이런 생각들
편견, 고정관념, 쌓아온 나의 인상, 또는 평판
선을 그은 것은 때론 나 자신일수도 있다는 것
나 자신을 지우고
다른 나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에
잠시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어떤 '나'를 '진짜 내 모습' 이라고 생각하나요? 나열해서 써봅시다.
평소엔 스스럼 없이 잘 지내는데, 나의 내면이나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내 모습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관계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이 떠오르는지, 나열해서 써봅니다.
그 사람에게 나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 사람은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또 어떤 일을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나요? 나의 생각대로 써봅시다.
나는 그 사람에게 '진짜 나' 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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