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차> 다 몰라도 넌 알지?

duke ellington - looking glass

by 도미니꾸


삶의 허무와 결핍을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 당장이라도 숨쉬기가 힘들어 숨이 목까지 차오르다가도 한숨 돌리고 나면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와 어느샌가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감상하다가도 갑자기 콜이라도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행선지를 향해 운전한다. 운전을 하다가도 요즘 부쩍 예쁘게 하늘에 걸려있는 구름에 한눈을 팔며 아름다워하다가도 뒤차의 경적에 번쩍 정신을 차리고 다시 운전에 집중하곤 한다. 하나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짧아지고, 여유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 따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의 내 상황과 위치에서 느끼는 사치스러운 잠깐의 찰나가 사라지고 있다. 평소보다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은 절망의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올 때마다 흐르지 않는 개울가의 물처럼 고요하게 멈추곤 한다. 최대한 길게 절망을 느껴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잘못은 반성하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훈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에 기쁨과 희열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저 멀리 달아나버리곤 한다. 기쁨과 희망에 심취해 다른 일을 망치지 말라는 뜻인 양 장마철 계곡 물처럼 재빠르게 흘러내려간다.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 노력하는 나 같은 긍정론자에게도 힘든 시기다. 희망 속에서도 자만하지 않고 더욱 매진하려 하는 나 같은 노력파에겐 더더욱 슬픈 시기이다. 결국은 돌고 돌아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지는 하루하루는 노력과 희망의 무의미를 알려주듯 더욱더 가혹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열심히 투잡을 뛰며 조금이나마 나은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대의(?)도 무너지게 된다.




"그럴 시간에 본업에 더욱 신경 쓰는 편이 낫지 않겠어?"


"너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엄살이야?"


"그나마 그거라도 하면서 돈 벌줄 아는 것도 감사해야 해"


"너 그러다 몸 축난다. 밤일이 얼마나 힘든 건데"




가끔은 나를 걱정하는 건지, 진정 나에게 충고해주고 싶은 마음인지 모를 정도로 돌아오는 피드백들은 오히려 나를 더 피곤하게 한다. 이런 대답과 반응들이 두려워 주변인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지만, 의도치 않게 들려오는 귓가의 악담들이 나를 더욱 허무로 잡아끌어내린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의지도 무력하게 느껴지고, 노력의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는 현실도 결핍을 더욱 잘 느끼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어둠을 벗어나려 열심히 달리지만, 여전히 캄캄한 어둠뿐이고, 여전히 어둠 속만을 걷는다면 차라리 주저앉고 싶은 마음마저도 마음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하다 하다 코로나로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데 내가 이러고 있나 싶다가도 늦은 밤 집에 돌아와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다시 한번 각오를 다잡게 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잖아?'



천천히 거울을 응시하며 되뇐다. 주위가 컴컴하던, 일이 본질에 대해 의심이 든다던지, 희망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 다 할지라도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정확한 의미를 나는 알고 있다. 다른 수많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분명히 단 한 가지만은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도 알고 있다. 거울에 비친 피곤에 찌든 내 모습이 가여워 보이긴 하지만, 찬물로 세수한 번하고 다시 열심히 뛰어야 할 이유가 있다. 괜히 씩 웃어 보이곤 난 비 오는 저녁 콜을 잡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비록 두 시간 동안 빗속에서 대기하고, 울리지 않는 콜을 기다리고 있을지언정 내가 아는 그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도 난 일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거울에 비친 난 안다. 자 다시 시작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듀크 엘링턴의 looking glass를 틀고 새로운 콜을 잡기 위해 난 오늘도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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