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차>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Quincy jones - love and peace

by 도미니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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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라는 책에 이런 글귀가 있다.


<나의 인생은 이미 많은 부분을 상실하고 말았지만,

그것은 겨우 한 부분이 끝났을 따름이다.

이제부터 무엇인가를 거기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극을 인정하고 남은 마음의 귀퉁이에는 공허만이 남을 법 하지만 그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란 작은 희망이 더해져 상실은 획득으로 바뀐다. 삶의 허무와 결핍 그리고 고독함을 덤덤히 적어내면서도 특유의 감성과 유머가 듬뿍 묻어나는 글들을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이 넓은 우주에서 아주 작은 것들 중 하나에 불과한 내가 무얼 그리 고민하고 걱정하며 사는지 우습다. 그러다가도 부지런히 우주 속에서 열심히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왠지 뒤처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20대 초반 언젠가 점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천호동의 유명한 신내림을 받은 처녀 보살이었는데 반신 반의 한 마음으로 찾아갔다. 사주팔자를 읊어대며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 말이 있다.


"타고난 사주팔자는 내가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알려주는 것 일 뿐이고, 남은 인생이 꼭 그렇게 돌아가는 것만은 아냐.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나쁜 사주도 좋게 바뀔 수 있고, 좋았던 사주도 나쁘게 바뀔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정해진 인생을 받아들이지 말고 충분히 개선해나갈 수도 타락시킬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말이었다. 물론, 내 귀에는 '욕심이 엄청나게 많구나!', '마흔 넘어서는 평생 벌 돈을 다 벌겠어.' '결혼을 일찍 하면 장가 여러 번 가겠는데......' 같은 말들만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는 않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잘 풀릴 수 있다는 말만큼은 믿고 싶다. 마흔 넘어서 돈을 벌지는 못해도, 욕심이 엄청나게 많다 할지라도 타고난 사주가 노력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말만큼은 믿고 싶고, 또 믿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나름 인생의 살아갈 나만의 이유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나름 인정할 것들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일 테지. 물론 좌절과 극복을 반복하며 주저리주저리 인생이란 이런 건가 하면서 어두침침한 글들을 싸질러 놓기도 할 것이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방황 아닌 방황들도 엄청하겠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상실을 인정하고 마음을 비우면 새로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의 중심만 잡고 다시 한번 걸어가 볼 생각이다. 아직은 심적 여유가 한참 부족한가 보다.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게 내 속마음이다. 귀로나마 사랑과 평화(love and peace)를 담아본다. 퀸시 존스를 만나고 마이클 잭슨이 성공가도를 달렸던 것처럼 나도 퀸시 존스의 음악을 들으며 허무와 결핍이 난무하는 인생이 아닌, 실존과 충만한 인생을 계획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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