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차> Youknow how I feel

Nina simone - Feeling good

by 도미니꾸
nina-973x649.jpg


대리 운전을 하면서 느낀 장점들이 생각보다 많다. 오늘은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와서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아직도 난 가능하다면 투잡을 하고 싶지 않다. 집에 일찍 가서 아기랑 놀아주고 싶고, 집안일에 지친 와이프의 남은 일을 도우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이 상황인지라 포기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라 어쩔 수 없이 투잡을 하고 있다. 원치 않는 일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과 만족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그러다 보면 이 일을 하면서도 느끼는 것도 많을 것이고 배우는 것들도 많을 거라 믿는다. 가끔 와이프는 나에게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는 스타일이라니까."라며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나란 녀석이 그렇다.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고, 해보면서 많은 것들 그리고 생각과 다른 많은 부분들을 느끼기 때문에 완벽하게 똥이 아닌 이상은 된장인지 쌈장인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알아보려 하는 류의 사람이다.



첫째,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다. 특히 jazz. 운전하는 중에 운전에 집중을 하려 한다. 하지만 온통 차로 가득 찬 강남대로나 올림픽대로, 강변북로의 꽉 막힌 도로 위를 한 시간가량 집중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일은 고문에 가깝다. 특히나, 조용한 손님과 침묵을 공유하며 운전하는 중에는 한 시간의 도로 위 운전이 3시간 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 난 조용히 한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아 재즈 음악을 듣는다. 나름 드라이브하는 느낌도 나고, 무료한 시간에 나의 감성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을 받는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의 운전 중 음악이 없다는 걸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이제는 음악 없이는 운전을 한다는 게 불가능할 정도이다. 힙합이라는 장르도 좋아하고 rock도 좋아하지만, 최대한 운전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잔잔한 재즈 음악을 위주로 듣는다. 가끔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운전할 때도 있지만,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에만 하는 방송이기에 웬만하면 jazz음악을 듣는 편이다. 삭막한 자동차 안의 공기의 흐름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할 수 있어 너무 고맙다.




둘째, 대화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모든 손님들이 대화를 요청해오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는 즐겁다. 사는 이야기, 술을 누구랑 먹었는지, 코로나가 어떻다던지, 백신 이야기부터 자녀 이야기까지 소재가 정말 다양하다. 직업 관련 이야기를 들을 때가 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다. 수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이데, 대화가 아니라도, 동승자들 간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케이스들도 많고,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올 때도 많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 보면 대리운전기사와 손님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처음 만난 낯선 사이지만 쉽게 대화를 할 수가 있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며 수많은 대화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지긋하신 중년의 신사분에게 얻는 삶의 지혜나, 나이는 어리지만 지금 세상의 트렌드들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 때가 많다. 직업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들이나, 오늘 있었던 재미난 일들을 듣고 있자면 한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 한참을 같이 웃기도 한다. 오늘은 어떤 소재로 대화가 이어질까 벌써부터 궁금하기까지 하다.





셋째, 운동을 할 수 있다. 1.5 킬로 떨어진 고객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내비게이션상으로는 걸어서 20분 정도가 나오는 거리다. 콜을 잡고 손님에게 2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하면 대부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빨리 와주세요라던가 어디신데 그렇게 오래 걸려요?라는 답이 반드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적어도 5분 정도나, 늦어도 10분 정도가 적당한 시간인듯하다. 그래서 난 무조건 달린다. 1.5킬로 정도면 달리면 7분 정도 걸리게 된다. 나이가 들며 점점 뛰는 일이 없다 보니 살만 찌고 관절은 약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난 5킬로 그램을 감량했다. 식단 조절을 하지도 않았고, 다른 운동도 하지 않았지만 5킬로 그램을 감량했다. 두 달 정도가 지난 현시점에서는 달리기를 해도 숨이 그리 가쁘지 않다. 아무리 1.5킬로라고 하더라도 처음 달릴 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운전대를 잡고도 한참 동안은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손님이 안정을 취하고 운전하라고 했을 정도였다. 지금은 2킬로 미터 정도도 뛰어 갈떄가 있다. 물론 2킬로 미터는 뛰어서 가기엔 정말 긴 거리다. 30대 초반 10킬로미터 달리기에서 50분대를 뛰었던 것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거리이긴 하지만, 구두를 신고 불편한 옷을 입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달리기는 수영장에서 하는 수영과 바다수영의 차이점과 같은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고 달려 늦지 않게 도착하려 열심히 달리다 보니, 이제는 심장도 다리 근육도 어느 정도 적응을 했나 보다. 처음보다 덜 힘들고 숨도 차지 않는다. 맞지 않던 바지가 맞기 시작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이어트했냐며 나에게 묻는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나에게 선선한 저녁 달리기는 오히려 나에게 적당한 운동시간을 준다.



넷째. 생각할 시간이 많다. 운전을 계속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운전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두 배 정도 많은 게 현실이다. 1시간 운전을 했으면 2시간 정도는 대기하는 시간이다. 스마트폰이 도입된 시기부터 우린 손 안의 컴퓨터에 빠져 생각할 시간을 갖기 어려워졌다. 손 안에서 너무 재미난 것들이 많아 다른 어떤 생각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고 심지어 길거리에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이 꽤나 많다. 대기하는 시간은 하루를 뒤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집에 일찍 퇴근해도, 자녀와 보내는 시간, 집안일을 돕느냐 나는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 하더라도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허투루 시간을 보내가 12시가 되어서야 침대로 가는 무료한 반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은커녕 남들의 삶이나, 게임 속 삶에 관심을 가지느냐 하루가 그냥 지나갈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대기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생각들을 하며 대기를 한다.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계절의 변화, 하루의 반성과 내일에 대한 계획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다 못해 처음 가는 지역의 버스노선표나 부동산 시세들을 검색하며 지식을 쌓기도 하고, 어떤 업종이 장사가 잘되는지 어느 지역 상가가 공실인지 하는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알아본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될 일들이긴 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우리가 얼마나 생산성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본다면 대부분의 일들은 그리 생산성이 있는 일들이 아닐 것이다.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의미 없는 게임에 빠져 시간을 보내거나, sns를 보며 남의 삶을 동경했었다. 유튜브를 보며 자극적인 것들으 찾아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사지도 않을 거면서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물건을 보며 눈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안에 나는 없었다. 내가 게임의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저 sns 스타처럼 살고 싶다. 나도 쇼핑몰에서 이거 사고 싶다 저거 사고 싶다. 하며 나를 돌보지 않고 가만히 앉아도 무언가가 되길 바라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나를 뒤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하며 생산적인 생각들을 하며 살아가려 노력한다.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을 들었다. 높이 나는 새들의 기분이 어떤지 아는지, 하늘에 뜬 태양의 기분이 어떤지 아는지 묻는다. 하루하루가 나에겐 새로운 날이고, 새로운 인생이다. 남들이 모른 것들을 알아가고 경험하며 한 단계 더욱 발전할 것이고, 지금의 고생들과 경험을 토대로 언젠가는 그럴싸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Fish in the sea

바닷속 물고기


You know how I feel

내 기분 알잖아


River running free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


You know how I feel

내 기분 알잖아



Blossom in the trees

나무에 활짝 핀 꽃들


You know how I feel

내 기분 알잖아



It's a new dawn

새로운 새벽이야


It's a new day

새로운 날


It's a new life

새로운 인생


For me..

나에겐..


keyword
이전 15화14일 차> 선릉역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