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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Aug 17. 2022

엄마의 낡은 서랍장

5. 장미꽃이 향긋

그때, 누군가 뒤로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은희는 깜짝 놀라 일어선다.    


누구...세요?    


아무도 없었다. 

달그닥 소리가 들린다. 서랍장에서 소리가 났다.

둔탁하게 열려진 서랍 안에서 연필이 이리 저리 뒤척인다. 

서랍 바닥에 있는 구멍으로 연필이 달그닥 떨어졌나 보다.    

아이들과 함께 본 어떤 만화가 생각났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아끼는 물건에는 물건에 따른 요정이 태어난다는 상상이었는데, 그런 상상이라면 엄마의 서랍장에도 요정이 생길 법도 할 것 같다. 은희는 그 만화가 생각난 김에 서랍장에 대고 말해본다.     


서랍장아! 너도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 혹시 엄마가 어디에 계신지 아니? 엄마는 몸만 남겨두고 어디를 가신 것 같아.    


장난 스레 말을 걸어본 자신을 생각해도 웃겨서 피식 입 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순간 열려진 서랍장 안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은희는 갑작스런 밝은 빛에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떠보니,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갖가지 꽃 들이 한껏 피어나서 은희의 빰을 스쳐갔다. 매혹적인 붉은 장미꽃이 피어있는 곳에서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혹시 엄마일까?

  

은희가 가까이 가보려 했지만, 모든 것이 이내 곧 사라졌다. 눈앞이 다시 캄캄해졌다. 눈은 뜨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작은 빛이 보였다. 그 빛을 따라가 보니 서점이 나왔다. 고풍스러운 서점 안을 들어가 보니 벽면 가득 책꽂이마다 많은 책들이 있었다. 넓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사이에 은희는 얼핏 엄마를 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따라 가는데, 엄마는 일어나 책을 들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은희는 그런 엄마를 목청껏 불러본다.    


엄마! 엄마! 엄마! 저예요 은희예요 엄마! 거기 잠깐만 기다려 봐요!    

은희는 자신의 낸 큰 소리에 스스로 놀라 깨어났다. 꿈이었나보다. 소리가 꽤나 컸던지 밖에 있던 간호사가 헐레벌떡 들어온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니예요.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요. 제가... 제가..잠깐 꿈을 꾸었나 봐요.    


별일 없으신 거죠? 환자 상태 체크해 볼께요.     


그런데, 보호자님. 장미꽃 너무 예쁘네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책을 가져다 놓으셨어요? 어머님 읽어드리실려구요? 그래요. 잘하셨어요 책 읽어드리는 것도 아마 좋으실 거예요. 청각을 자극해주는 것이 좋아요. 그럼 도움이 필요하시면 벨 눌러주세요!    


간호사는 다른 호출이 있는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빠르게 병실을 빠져 나갔다.     


장미꽃? 책이요?

    

은희는 병실을 둘러보고 말을 더 잇지 못했다. 꽤 많아 보이는 책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장미 꽃 한 다발이 놓여 있었다.      


서랍장아. 네가 엄마의 생각 속으로 나를 데리고 간 거지? 그렇지? 지금껏 연필, 붓, 이거 다! 그리고 아마도 화분도 그렇겠지? 엄마의 생각 속에서 나온 것들이지?  그렇지! 아. 신기하네. 아까 보았던 장미꽃과 똑같네.. 정말 예쁘다...맞아. 엄마는 장미꽃을 좋아하셨어.     


아. 엄마 책 읽고 싶으셨어요? 아니 엄마. 그러고 보니 엄마도 책 쓰고 싶어 했잖아요.


엄마가 하고 싶었던 꿈 찾으러 가신 거예요?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엄마만 가지 말구요.

제가 곁에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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