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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Mar 30. 2023

내 소설 탐방기

엄마의 작은 서랍장

아주 가깝지는 않은 사이지만, 그래도 마주하면 인사를 하는 분이 계셨다. 그런데, 갑자기 그분의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혼수상태가 되셔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말을 또 전해 들었다. 몇 달 뒤, 슬픈 소식을 접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너무나도 슬퍼하는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든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섭부른 말도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조심스러웠다.


그러다가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어머니를 잃는다는 생각만 해도 너무 슬퍼서, 나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만으로도 슬픈데... 가족을 갑자기 잃는다는 것은 도저히 겪어보지 않으면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런데,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너무 슬퍼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의 딸들이 나와 헤어져야 하는 슬픔을 얻게 되었을 때, 나는 나의 딸들에게 어머니로서 어떤 말을 해야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다부져졌다. 슬퍼하지 말고, 엄마와의 기억을 상상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서 나를 기억하며, 나와의 추억을 통해 다시금 나를 살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엄마의 작은 서랍장의 모태가 되는 서랍장이 나에게 있다. 그 서랍장은 내가 고등학교 때 쓰던 것이다. 몇 년은 간직만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마흔 살이 넘은 내가 이 작은 서랍장을 잘 쓰고 있다.

<엄마의 작은 서랍장> 소설은 이 서랍장이 과거를 담고 있다는 상상으로 시작하였다. 상상을 통해 아픔을 이겨내고, 추억을 통해 누군가를 오래 살게 하는 상상을 담고자 했다.


'상상은 우리의 일상의 힘이 된다.'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그분께도 이 말을 전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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