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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pr 22. 2024

D-96, 아이의 방을 준비하면서

D-96

아이의 방을 준비하면서


2023년 9월 28일 목요일.

오늘은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무려 6일간 지속되는 올해 가장 긴 휴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학생들은 전날 수요일부터 이미 긴 연휴를 즐길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이번 추석에는 학교일을 집에서 천천히 처리함과 동시에 집 정리를 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아내의 서재를 1차적으로 정리하는 날이었다.

내 키보다 큰 책장을 정리해서 마루 소파옆으로 옮기는 게 첫 번째 할 일이었다. 

우선 방의 영역을 좀 더 넓히는 게 목적이었다. 


[자기 깼다고 발 하나 내놓는 딸]

책장에 꽂혀있던 많은 서류들과 책들은 학교 연구실에 가져가려고 여행가방에 욱여넣었다. 

가득 찬 가방은 어느새 3개가 되었고, 책장에 남은 짐들은 추석 이후에 가져가려고 방 한구석에 대충 놓았다.


책장을 마루에 옮기면 혹시라도 집이 좁아 보일까 봐 걱정은 되었지만 막상 두고 보니 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 소파색과도 잘 어울리더라.


이제 서재에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속옷장을 안방으로 옮길 차례였다.

생각보다 무거웠기에 옷이 가득했던 수납장을 하나둘씩 옆에 쌓아두고 바닥에 상처가 나면 안 되었기에 조심스럽게 안방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빼두었던 수납장을 넣기 전에 아내에게 위치를 컨펌받았다. 


책장 하나를 마루로 빼고, 속옷장을 안방으로 옮겨놓고 보니 아내의 서재가 많이 넓어졌다.

물론 아직 정리가 더 필요했지만 어디에 아이가 필요로 할 가구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대략적으로 그림이 그려지더라.


평소 같으면 힘들어서 숨이 넘어갈 정도로 힘들어했을 테지만, 금방 만나게 될 아이를 위한 공간을 조금씩 만들어간다는 생각에 땀이 나도 즐겁기만 했다. 행복했다. 뿌듯했다.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유독 부지런을 떨었던 것 같다.


우리의 아이는 오늘도 여전히 엄마 뱃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더라.

엄마는 왼쪽으로 누울 때가 편하다고 하지만, 하루종일 가만히 있다가도 왼쪽은 불편하다는 듯이 바로 뱃속에서 치는 아이. 엄마는 평소에도 엎드려 자는 게 편했지만 임신 후에는 한 번도 그러질 못했다.

대신에 엄마가 깨어있는 동안에는 엄마 뱃속에서 가끔씩 엎드려 자고 있는 우리 딸.

초음파 때도 엎드려 자는 모습을 보고 아내와 둘이서 얼마나 웃었던지.

당신 딸 맞네.


오늘도 아내와 딸을 위해서 하나 해냈다는 기분에 신나는 하루였다.


오늘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을 우리 딸. 하루빨리 보고 싶구나.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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