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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pr 25. 2024

D-95, 우리 셋은 우주 최강

D-95

우리 셋은 우주 최강


우리 셋이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을 거야. 그렇지 우리 딸?


요즘 아내에 기억날 때마다 되뇌는 말 중 하나.

사람마다 상대적이겠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타지에서의 10년이 넘는 생활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코로나가 처음으로 발병한 시기에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만 해도 가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었지만 외국에서의 삶이 얼마나 질렸으면 귀국하고서 바로 먹었던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 한입에 타지에서의 삶이 잊혀졌고, 지금까지도 그립진 않다. 딱히. 아내 앞에서는 크게 표현한 적은 없지만 나 스스로도 정말 버티기 힘들었다. 최소 20년은 넘게 우는 법을 까먹었을 정도인 나 조차도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울컥할 정도니.


한국에서의 시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감사한 기회로 강사 몇 군데 나가면서 생계를 조금씩 꾸려 나가기 시작했지만, 방학 때엔 도로 백수의 삶이었기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방학만 되면 기가 죽었기에 가장으로서 의지가 되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는 못했다.


2022년 말이 되어서야 한국에 다시 온 지도 만으로 3년째 되는 해였다.

우연한 기회로, 사실 굉장히 감사이상의 기회로 대학교에 임용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지방에 출강을 하고 있을 때라 좀 더 편하게 다니기 위해 이사를 갔던 건데, 임용이 되는 바람에 더 편해졌다.


과연 그게 우연이었을까. 서울에서는 조금 멀어졌지만, 임용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우리 부부에게도 축복이 찾아왔다. 준비도 쉽지 않았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지만 아내의 임신 소식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나를 기쁘게 했다. 그때를 회상하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조금씩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고 있다.


[태어난 지 약 한 달 되었을 때... 하루종일 먹고 자고]


표현은 여전히 서툴러도 나 만나고서 오랫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늘 미안하기만 했는데, 우리는 더 이상 둘이 아닌 셋이 되었다. 그 어떠한 역경도 결국에 이겨낸 우리 둘이었지만, 이제는 이전의 고생보다는 아이와 함께할 미래를 꿈이 아닌 현실로써 보낼 행복한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어떠한 안 좋았던 기억도, 슬픔도, 고통도 우리에게서 끝내자고 아내에게 습관처럼 얘기한다.

우리 아이만큼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걷지 않게 해주자 한다.




우리 딸.

오늘도 엄마 뱃속에서 오늘도 잘 있지?

엄마도 아빠도 우리 딸 덕분에 요즘 많이 행복하단다.


당연한 거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구나.


엄마 뱃속에서 무얼 하고 있니?

귀를 대고 있으면 엄마 배를 긁는 듯한 소리에 얼마나 뭉클하던지.

평소 사자같이 으르렁대는 아빠도 우리 딸의 움직임에 순한 양이 되는 걸 알고 있으려나.


사랑해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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