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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May 02. 2024

D-93, 엄마 일어나세요

D-93

엄마 일어나세요


어제는 영상 편집할게 많아서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을 취했다.


누웠을 때가 아마도 새벽 4시쯤이었고 잠이 들려고 했을 때가 대략 5시였다. 잠이 들기까지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의 하루 일과는 어두컴컴한 방 침대에서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봄으로써 마무리가 되는 편이다. 몇 시에 눕던지 상관없이 행해지는 잠들기 전 로테이션이다. 하루종일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나름의 해소법이라고나 할까.


작업을 하는 내내 잠시 일어난 아내의 인기척을 느끼긴 했지만, 일에 몰두하느라 아는 척을 하지는 못했다. 밤을 새운 보람도 없이 작업은 다 끝내지도 못한 채 대충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워 의미 없는 영상 몇 편을 보다가 이내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오전 10시를 넘고 있었다.

잠이 덜 깬 아내가 일어난다.


몇 시야?


아내가 일어나면 내게 항상 하는 질문이다.


응, 10시 반 다 되어가.


임신하고나서부터 새벽 불면증 때문에 도통 잠을 깊게 못 자는 아내를 보며 그저 미소만 짓는다.


 잔 거지?


근데 얘(우리 딸) 왜 이리 웃긴 거 있지.


왜 웃기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일어날 때가 되었는데도 안일어니니 깐 엄마 배를 양손으로 미는 거 있지. 웃긴다 정말?


푸쪼핸섭 (put your hands up) 시늉을 하며 설명하는 아내였다.


왜 그랬을까. 둘이서 아이의 행동에 대해 유추해 봤다. 아마도 밥 먹을 시간이 되었으니 빨리빨리 움직이라는 경고가 아니었을까... 빨리 뭐라도 안 먹으면 시위하겠다는 일종의 신호였을까.


아니면, 엄마가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에 안 일어나니 걱정되어 불러본 건가? 어떤 의미였는지는 몰라도 아이 행동의 의미를 상상만 해도 귀엽기만 하다. 과연 뭐였을까.


오늘도 엄마가 아침을 챙겨 먹기 시작하니 금세 조용해진 우리 딸.


[2024년 3월: 아빠와 딸]


마침 오늘은 병원 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아직 27주 차인데 아이의 성장은 평균보다 1주가 빠르다고 하더라. 먹는 걸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아내는 조금 걱정이 되는 듯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아빠 엄마의 출생당시 무게가 아이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되기도 한다고 하더라. 특히 아빠를 닮는다고 해서 알아보니 내가 태어났을 당시의 무게가 3.6kg였다고 하더라. 좀 무거운 편이었으려나.


의사 선생님께서 왈,


머리가 큰 편이네요? 근데 머리만 큰 건 아니고 다 크네요?

다리도 길고요.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성장이  평균보다 1주 차정도 빨라요.


건강하게 태어나면 최고지. 딴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딸인데... 아빠 머리크기만 닮지 말라고 속으로 빌고 또 빈다.


먹는 걸 조절하자는 차원에서 오늘은 아내가 좋아하는 치킨과 콜라를 시켜 먹었다(?). 출산 전 마지막 만찬을 즐기자는 거였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종이백에 집에 있는 모든 과자를 쓸어 담은 아내.


달달한 거나 군것질 줄이려고 한 곳에 다 담았어. 버리기엔 아까우니깐 오빠가 다 먹어.


... 그래 내가 대신 다 먹을게.


우리 딸, 잘 크고 있지?

오랜만에 아빠가 자기 전에 책 읽어주니깐 좋지?

태어나서도 매일 읽어줄게.


오늘도 잘 자고 내일도 우리 셋이서 신나게 보내자.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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