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웠을 때가 아마도 새벽 4시쯤이었고 잠이 들려고 했을 때가 대략 5시였다. 잠이 들기까지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의 하루 일과는 어두컴컴한 방 침대에서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봄으로써 마무리가 되는 편이다. 몇 시에 눕던지 상관없이 행해지는 잠들기 전 로테이션이다. 하루종일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나름의 해소법이라고나 할까.
작업을 하는 내내 잠시 일어난 아내의 인기척을 느끼긴 했지만, 일에 몰두하느라 아는 척을 하지는 못했다. 밤을 새운 보람도 없이 작업은 다 끝내지도 못한 채 대충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워 의미 없는 영상 몇 편을 보다가 이내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오전 10시를 넘고 있었다.
잠이 덜 깬 아내가 일어난다.
몇 시야?
아내가 일어나면 내게 항상 하는 질문이다.
응, 10시 반 다 되어가.
임신하고나서부터 새벽 불면증 때문에 도통 잠을 깊게 못 자는 아내를 보며 그저 미소만 짓는다.
잘 잔 거지?
근데 얘(우리 딸) 왜 이리 웃긴 거 있지.
왜 웃기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일어날 때가 되었는데도 안일어니니 깐 엄마 배를 양손으로 미는 거 있지. 웃긴다 정말?
푸쪼핸섭 (put your hands up) 시늉을 하며 설명하는 아내였다.
왜 그랬을까. 둘이서 아이의 행동에 대해 유추해 봤다. 아마도 밥 먹을 시간이 되었으니 빨리빨리 움직이라는 경고가 아니었을까... 빨리 뭐라도 안 먹으면 시위하겠다는 일종의 신호였을까.
아니면, 엄마가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에 안 일어나니 걱정되어 불러본 건가? 어떤 의미였는지는 몰라도 아이 행동의 의미를 상상만 해도 귀엽기만 하다. 과연 뭐였을까.
오늘도 엄마가 아침을 챙겨 먹기 시작하니 금세 조용해진 우리 딸.
[2024년 3월: 아빠와 딸]
마침 오늘은 병원 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아직 27주 차인데 아이의 성장은 평균보다 1주가 빠르다고 하더라. 먹는 걸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아내는 조금 걱정이 되는 듯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아빠 엄마의 출생당시 무게가 아이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되기도 한다고 하더라. 특히 아빠를 닮는다고 해서 알아보니 내가 태어났을 당시의 무게가 3.6kg였다고 하더라. 좀 무거운 편이었으려나.
의사 선생님께서 왈,
머리가 큰 편이네요? 근데 머리만 큰 건 아니고 다 크네요?
다리도 길고요.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성장이 평균보다 1주 차정도 빨라요.
건강하게 태어나면 최고지. 딴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딸인데... 아빠 머리크기만 닮지 말라고 속으로 빌고 또 빈다.
먹는 걸 조절하자는 차원에서 오늘은 아내가 좋아하는 치킨과 콜라를 시켜 먹었다(?). 출산 전 마지막 만찬을 즐기자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