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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pr 29. 2024

D-94, 배를 채워야만 하는 우리 셋

D-94

배를 채워야만 하는 우리 셋


어느 날은 활발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굉장히 조용한 날이 있다.

엄마가 아무리 불러로 대답이 없거나 어쩌다 한번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엄마를 부를 때는 손으로 엄마 배를 긁고 밀거나 톡톡 치곤 하지만

대답하기 귀찮을 땐 발로 찬다. 어찌나 귀여운 반응인지 엄마 아빠는 아이의 반응에 웃는다.


엄마 뱃속에서 항상 난리가 날 때가 있다.

바로 배고픔. 배를 채워야만 잠잠해지는 우리 딸. 밥을 먹어야 할 시기는 확실한 것 같다. 조금이라도 시기를 놓쳤다 싶으면 뱃속에서 난리도 아니다. 엄마도 그렇고 아빠에게도 있는 반응이라고나 할까. 딴 건 몰라도 먹는 데엔 200% 진심인 엄마 아빠. 식욕이 얼마나 왕성한지, 대부분의 생활비는 먹는 데에 지출이 생기곤 한다. 옷도 잘 안 사는 우리 부부는 늘 하는 얘기가, 먹는 걸 유지하려면 돈 참 많이 벌어야 하겠다 한다.


아내와 나는 잘 먹어야 한다. 많이 먹는 것 보다도 정말 잘 먹어야 한다. 맛있게 잘 먹어야 한다. 딴 건 참아도 배고픔은 못 참는 우리 둘이었다. 정말 심할 때는 서로 말도 안 하고 일단 채우기부터 한다. 난리가 난 빈속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엄마 아빠하고 외출만 했다 하면 바로 잠드는 딸의 볼따구]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 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엄마의 식사가 늦어지는 날에는 하루종일 가만히 있던 아이도 그때만큼은 굉장히 활발해진다. 밥 달라고 난리인 건지, 아니면 엄마가 혹시라도 밥을 거르고서 쓰러질까 봐 걱정을 해주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배고파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먹고 나면 잠잠해지는 우리 딸. 만족스러운 식사였니?

분명 엄마 아빠를 닮았다면 식성은 굉장할 것이란 생각에 아빠는 기분이 너무 좋단다. 옛날 얘기를 해주자면 아빠는 어려서부터 왕성한 식욕을 보여 왔단다. 기저귀를 갈 때가 되어도 울지 않던 아빠는 딱 한 가지에만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고 하는데, 바로 배고픔이라고 하더라. 돌아서면 배고파했다고 하니 그걸 혹시나 닮았을까 하는 생각에 우리 딸이 맞는구나 싶어.


엄마는 걱정이지만 아빠는 우리 딸이 잘 먹고 잘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좋구나.

아빠는 엄마에게 늘 하는 얘기가 있다면, 사람은 일단 잘 먹고 잘 자야 한다는 것.

배를 채워야만 하루종일 기분이 좋은 아빠의 단순한 성격.

평소에는 예민보스라는 엄마가 지어아빠의 별명이지만, 일단 배를 조금이라도 채워주면 그렇게 순한 양이 없다고 하더라.


엄마 아빠를 닮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을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우리 딸과의 식사시간이 기다려지는구나.

또 먹고 싶은 건 없을까 우리 딸? 태어나서도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얘기하렴.


우리 딸, 오늘도 엄마 아빠하고 시간 보내느라 신나는 하루였기를. 

내일도 우리 신나게, 또 행복하게 잘 보내자.

그리고 맛있게!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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