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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pr 15. 2024

D-98,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 뱃속

D-98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 뱃속 


오늘로써 26주 차에 들어선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대략적으로 현재 어느 정도 성장해 있는지 알려주는 어플을 본다.


엄마 아빠를 조금씩이라도 닮으면 무엇을 닮았을까.

이것만큼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별의별 생각을 다 하는 요즘이다.


언제부턴가 초음파로 보이는 딸의 모습은 나를 닮은 듯한 콧등 (아내를 닮길 바란다...).

엄마 아빠를 닮은듯한 긴 손가락과 긴 다리.

아빠는 머리가 동글동글 하고 큰 편이기 때문에 엄마의 모습을 닮았으면 하지만

내 자식이 제일 이쁘다고 초음파를 통해 희미하게 보이는 딸은 모습은 이쁘기만 하다.


영화에서 처럼 손가락 발가락 10개씩 다 있으면 됐지 싶지만

그래도 세상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게 예비 부모의 마음이었던가.


내가 없는 동안에는 엄마와의 교감을 자주 하는 우리 딸이다.

가끔은 손가락으로 배를 툭툭 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면 엄마도 아이에게 교감을 시도한다. 똑똑똑~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 나를 소파에 누워있는 아내가 부른다.


여기에 손 가져다 대봐 빨리.


손을 댄다. 손인지 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가 엄마 배를 치고 있다. 자세로 봐서는 손일 가능성이 크다.

좀 더 익숙한 엄마의 손길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이는 엄마에게 보내던 신호를 잠시 멈춘다. 아내 말로는 아빠 손이 너무 뜨거워서 그렇다나. 평소 내 손이 너무 뜨거워서 배에 오랫동안 대고 있으면 양수 온도가 올라갈 것만 같다고 한다.


딸아, 아빠야. 한대만 쳐줘. 


내가 몇 주 전부터 딸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아내는 그렇게 맞고 싶냐며 어이없어 하지만 아이의 태동이 신기해서 그런지 마냥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다. 아내는 자기한테도 좀 그래봐라 하면서 면박을 주기도 한다.


엄마 뱃속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 딸.

어제도 엄마는 갈비탕을 먹었으니 영양 섭취는 충분히 했겠지?

인터넷에 보면 태아에게 무엇이 좋고, 또 무엇이 나쁘고 하는 정보들이 넘쳐난다. 오히려 너무 광대한 정보 때문에 헷갈리기도. 결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였고, 뱃속 아이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움직임이 유독 활발한 음식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오전 10시쯤 딸과 만난 날, 인형보다 더 작았던 우리 딸... 이때를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잠들기 전 아내와 우리 딸과 잠깐 시간을 보내는 게 하루 일과 마무리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엄마가 자려고 누우면 그때부터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우리 딸.


아가야, 엄마 피곤하다고 하는데 이제부터 엄마 뱃속에서 밤새 신나게 놀으렴.

지금 아니면 언제 놀겠니. 신나게 놀고 아침에 또 맛있는 밥 먹자.


어이없다는 듯이 째려보는 아내를 뒤로 하고 나는 조용히 방 밖을 나온다.

 

내 마음은 이미 출산일 문 앞에 가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엄마 뱃속에서 신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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