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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pr 10. 2024

D-100, 우리 딸

D-100

우리 딸


약 100일 뒤면 우리 딸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나와 아내는 오늘 2023년 9월 24일 일요일, 만남 100일 전을 기념하여 엄마 뱃속에서 태어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딸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 어둡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의 뱃속에서 자리를 이리저리 바꾸며 조금씩 세상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딸.


요즘 내가 즐기고 있는 건 우리 딸과의 교감이다. 귀를 대고 있으면 가끔씩 전해오는 아기의 움직임. 나는 그걸 아빠를 향한 귓방망이라고 하며 즐긴다. 그럴 때마다 어이없어하는 아내.


엄마와의 손길과는 다른 아빠의 온도이지만 가끔이라도 좋다. 엄마 배를 사이에 두고 딸이 보내는 신호는 무엇을 의미할까 혼자만의 행복한 상상을 하곤 한다. 귀찮아서일지 혹은 좋아서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다. 내가 너의 아빠란다.


사과 한입에 반응하는 딸.


아내와 오늘은 뭘 먹을까 얘기하다 보면 엄마 뱃속에서 본인이 더 신이 난 듯 움직임이 유독 활발해진다. 말을 알아듣는 걸까 싶을 정도로 먹는 얘기에 반응을 보인다.


엄마가 오른쪽으로 누우면 배를 툭툭 친다. 왼쪽으로 누으라는 신호다. 엎드려 자기를 좋아하는 아내에겐 쉬운 자세는 아니지만 아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바뀐듯하지만 아이는 알 거다. 엄마가 얼마나 자기를 위해서 노력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거다.


가끔은 맞는 생활패턴이지만 유독 안 맞는 날에는 잠들어 있는 엄마 뱃속에서 꿍쓰꿍쓰 난리도 아니라고 한다. 나 여기 있어요~ 하는 듯 교감을 원하는 건지. 뭐든 귀엽기만 하다.


[태어난 지 약 한 달째 되던 딸이 신은 양말]


오늘은 우리 딸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약 100일 남은 날이다.


내가 정말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매일같이 생각하고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일단 좋은 남편이 되는 게 먼저겠지 싶지만 실수투성이에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니다. 임신 중인 아내를 서운하게 하는 건 기본에 때로는(?) 말도 잘 안 듣는다.


세상 모든 걸 다 가져다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래도 우리의 아이를 위해서 늘 옆에 있어줄 거라는 다짐을 한다. 나는 가져보지 못했지만 우리 딸만큼은 엄마 아빠의 사랑을 올바르게 받고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나의 생김새, 특히 코가 아빠를 닮았다고 한다. 얼굴만큼은 엄마를 닮길 원하지만...

엄마의 선한 마음만큼은 닮아다오. 아빠의 불같은 성격은 조금만.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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