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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May 16. 2024

D-89, 원투 쓰리 강냉이

D-89

원투 쓰리 강냉이


아빠의 취미는 뱃속에 있는 우리 딸에게 볼따구 맞는 것.

일명 귀싸대기.


사실 뱃속의 아이가 엄마 배를 세게 친다고 해봤자지. 맞는 사람 입장에서 아플 리가 있나 싶다.

엄마의 배에 내 귀를 가져다 댔을때 우리 아이의 태동을 느끼게 되는 신기함이자 기쁨일 뿐이다.


그러던 오늘!


늦은 밤이면 활발해지는 우리 딸.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 아이의 움직임을 느끼고자 아내의 배로 향했다. 귀를 대자마자 원투를 날리는 딸.


나의 기쁨은 곱절로 늘어난다.


오늘도 아빠의 마음에 사랑을 채워주는 우리 딸.

우리 아이는 그런 존재.


딸에게 맞는 걸 좋아하는 부모는 나밖에 없을 거라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엄마. 

취향 한번 참 독특하다고 한다.

누구나처럼 예비 아빠가 처음이다 보니 엄마 뱃속에서 움직이는 아이의 모습이 마냥 신비롭기만 하고, 

어떻게 반응을 해야 아이가 좋아할까 고민인 아빠다.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도 아침이면 '나 여기 있어요', 하듯이 엄마가 깨는 시간에 맞춰서 같이 움직이는 딸의 모습이 신기할 수밖에 없다.


[2024년 5월: 발을 집어넣어도 반드시 바깥으로 내놓아야 만족해하는 딸]


엄마가 유독 좋아하는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 파스타를 먹을 때마다 가장 활발하게 뱃속에서 움직이는 딸. 냄새까지는 전달되지 않을 텐데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파스타를 요리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엄마가 먹기 전서부터 뱃속에서 난리다.


엄마 목소리에 더 활발한 딸. 아빠가,


'기쁨아~ 아빠야~'


한마디라도 하는 날에는 갑자기 움직임이 줄어든다. '누구지?', 하는 듯이 귀로 관찰하는 건지 굉장히 조용하다. 아이의 움직임을 그래도 느끼고 싶어서 엄마한테 부탁하다 보면 엄마의 목소리에 또다시 활기를 되찾는 딸. 그리고 바로 손을 가져다 대는 아빠. 손길마저도 어쩜 귀신같이 알아내는지, 아... 이건 엄마의 손이 아니다... 나는걸 단번에 알아차린다.


'당신 손이 너무 뜨거워'


아빠가 안돼보였는지 차라리 얼굴을 가져다 대라며 엄마는 딸과의 교감을 위해 다시 도와준다.


조심스레 얼굴을 엄마 배에 가져다 대는 아빠. 아빠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손인지 발인지 모를 아이의 몸은 또다시 반응을 보였고, 또다시 아빠의 얼굴이 닿은 부위를 가격한다.


아빠는 또 행복하다며 기쁨의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엄마 옆에서 쓰러진다.


엄마하고 행복한 밤 되렴.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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