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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Jun 06. 2024

D-83, 아빠랑 숨바꼭질

D-83

아빠랑 숨바꼭질


퇴근할 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퇴근시간이 딱히 정해진건 아니라서 갈 때가 되면 알아서 가는 시스템이다.

기한만 지키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서류 제출이 엄격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미루기 시작하면 끝없이 쌓여가는 늪에 빠지기 십상이다.

학교에 오래 있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매번 일을 들고 집에 간다.

물론 집에 가져간다고 해도 꼭 일을 끝내는 법은... 거의 없다.


아무튼.


책가방을 챙기고 차에 몸을 싣는다.

시동을 걸면 자연스럽게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핸드폰.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나 이제 가려고.


고생했네. 어서 와.


말을 더 이어서 하려고 하지만 아내는 금방 끊으려고 한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좀 더 통화를 하면서 퇴근을 하고 싶어 했다. 

얘기가 조금 더 길어지자 아내는 집에 와서 하면 될걸 운전하는 내내 전화를 하려 하냐며 한숨을 쉰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 엄마 배를 툭툭 치는 우리 딸.

대화에 끼고 싶었는지 움직여댄다.


그러면 뭐 해... 내가 가서 부르기만 하면 조용한데. 


인기척만 느껴도 정말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2024년 5월: 외출]


집에 도착해서 잔업을 하고 있다 보면 아내가 부른다.


빨리 손으로 배에 가져다 대봐. 방금 움직였어.


또다시 잠잠한 우리 딸.

서운할 법도 하지만 나는 우리 딸이 아빠랑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행복한 착각을 한다.


두고 봐. 복수할 거야.


우리 아이한테? 뭘 어쩌려고?


더 이뻐하려고 ㅋㅋㅋ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아내.


작업을 하려고 다시 고개를 돌리니 또다시 움직이는 우리 딸. 

내가 돌아선 건 어찌 알고 매번 타이밍은 기가 막힌다. 

나를 보고 있나? 

설마... 아니겠지.


오늘 하루도 엄마와 신나는 하루 보냈지?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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