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아침은 생각보다 추웠다.
늦어도 오전 8시까지 오라던 병원에는 7시 반쯤 도착했다. 생각보다 아침에 분주하지는 않았고
병원까지는 차를 몰고 10분 안 되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인 듯싶다.
아침은 영하 12도를 넘고 있었고, 병원까지 아무리 잠시동안이라 해도 차 안은 추울 수 있었기에
아내보다 15분 정도 일찍 나가서 차에 시동을 걸고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 둘 생각으로 나갔다.
병원에 도착한 우리 부부는 대기실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후에 수술에 관한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기쁨이가 엄마 뱃속에서 어떤 자세로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셨다.
수술 전 아내는 수술을 위한 준비를 하러 들어갔고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나를 부르는 간호사의 호출에 긴장되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갔다.
그리고 수술복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있던 아내.
평소보다 더 작아 보였다.
아침까지는 그렇게 당당해 보이던 아내는 긴장한 기색이 눈에 뜰 정도였다.
9시 20분부터 수술 준비에 들어가고 9시 40분쯤부터 수술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그리고 수술은 생각보다 길지는 않다고 했다.
시간이 되었는지 보호자는 나가서 대기하라고 하더라.
아내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갔다 올게~
쿨한 엄마의 뒷모습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파이팅을 건네며 대기실로 왔지만 좀처럼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아내 바로 앞에 먼저 수술에 들어간 산모를 기다리는 남편분이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9시 40분쯤 담당 의사가 나오시더니 그분께 아이의 몸무게와 축하 인사를 건네시고
들어가기 전에 나를 보시고는,
금방 끝날 거예요.
1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아내.
1시간 반 정도가 지났을까, 의사 선생님께서 나오셨다.
3.15킬로.
엄마와 아기 모두 건강하다고 하더라.
수술은 잘 됐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을 시켜주시고는 다시 들어가셨다.
제왕절개를 하다 보니 아이의 탯줄을 자를 기회는 없었지만 아내와 아이가 모두 건강하다는 말에
긴 기다림 동안의 긴장이 풀렸는지 수술 내내 서서 버티고 있던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회복실에 들어가 보니 아내는 아직 마취에서 다 풀리지 않은 상태로 누워있었다.
눈물을 보이며 우리 아기를 찾고 있었다.
수술 중에 아이를 보여준 기억이 없었나 보다.
간호사님은 아이가 지금 신생아실에 있고 준비가 되는대로 엄마한테 올 거라며 안심을 시켜주셨지만
아내는 아이를 못 봤다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하나하나 아내에게 전해주면 안정을 시키고 있던 중에 도착한 우리 딸.
우선 아빠에게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모든 게 다 정상이고 아이는 건강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몸무게는 얼마고, 키는 또 어떻게 되고. 뭐라고 다 설명해 주셨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아이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는지 주변에서 뭐라 하는지 들릴 리가 없었다.
살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감정임에 분명했다.
살아있는 인형처럼 천천히 움직이던 우리 딸.
정말로 우리 딸이었다.
아빠의 코, 엄마의 눈과 입. 모든 게 완벽했다.
아빠와 딸의 만남은 잠시, 엄마에게 아이를 안겨주신 간호사님.
그리고 딸을 보자마자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쓰다듬는 엄마.
아이는 울다가 엄마의 체온과 익숙한 심장소리를 느꼈는지
금세 조용해지더니 엄마와 눈을 마주치는 듯 안정을 취했다.
정말 감동 이상의 감동스러운 장면이었다.
아무런 탈없이 건강하게 태어나준 우리 딸.
그리고 수개월 동안 고생하며 출산까지 파이팅 한 우리 아내.
모든 게 다 감사함으로 넘치는 아빠.
회복실에서 잠시동안 회복을 하며 가족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많은 축하메시지를 받으며 힘을 얻은 우리는 병실로 올라왔고
아내는 그 작은 생명이 어떻게 내 뱃속에서 있다가 나올 수 있었냐며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아직은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신생아실에 내려가서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는 역할을 수행한 아빠.
사실 아빠도 자신의 딸이 어찌나 보고 싶던지.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기뻐하는 아내를 보니 아빠도 덩달아 행복함을 느낀다.
자기 자식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란 말이 이해가 되더라.
아내는 아직 제대로 못 봤지만,
아이의 손과 발, 얼굴 할 거 없이 모든 게 다 이뻐 보이더라.
기쁨아, 그동안 고생 많았지?
엄마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우리 딸도 바깥에 나가도 될 때쯤에 우리 셋이 집에서 매일 행복하게 살자.
내일도 아빠가 우리 딸 보러 갈게.
사랑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