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있었네

울적할 때

by 오순

어딘가 가고 싶은데

어딜 가야 할지 막막할 때

누군가 불러 주었으면 ~ 아니다 것도 귀찮다

그냥 말없이 자기 갈 길 가는 이들을 보는 게 좋아~

한참을 그렇게 멍 때리고 있다 보면

마음이 그냥 가자고 한다

집에... 그래도 갈 곳이 있었구나

떠나온 공에 되돌아왔네 그려...




마음이 울적하여 공원에 왔다. 비둘기 한 마리가 무리들과 떨어져 혼자 있었다.

갑자기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가 생긴 것이다.

자기를 한참이나 내려다보고 있는 내가 이상했는지 두리번거리다가 날아갔다.

누군가를 만나서 울적함을 덜어 내고 싶은데 딱히 내키지가 않는다.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고 지인들도 많은 데 그냥 다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마 혼자 있고 싶은 가보다.

많이 쓸쓸하지만 그래도 혼자이어야 편한 것이다.

인적이 드문 공원에 조용히 앉아 있으니 울적함이 사라졌다.

가만히 있으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아무도 나를 터치하지 않아 좋았다.

간혹 어르신들이 심심하신지 말을 걸어오는 때가 있다.

그땐 무례하지 않는 선에서 간단하게 답하고 자리를 이동한다.

나의 울적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찾아오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조용히 산책하면 나아진다.

아마도 내가 나하고 있고 싶었던 게 아닐까.

마음이 편안해지니 그만 돌아가고 싶어 졌다.

나올 때는 몰랐는데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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