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놀이
초등학생 둘이 방과 후인지 책가방을 매고 몸으로 부딪치며 놀고 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언제 저렇게 놀아 보았나 싶게 그리운 시절이다.
이 나이에 저렇게 놀면 흉이 될까. 저렇게 놀아보고 싶다.
그때는 몰랐다 그때가 좋았다는 것을.
저 아이들은 내가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를 것이다.
왜 다 지나고 나서야 좋았다고 그때가 그립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지금을 나중에 언젠가 또 그립다고 느낄까.
아마 그때는 요양병원에 누워서 그리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산책할 수 있고 바람을 느끼고 햇살을 직접 쪼일 수 있었던 지금을 그리워하겠지.
지난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다 그냥 지금 이 현재를 즐기는 것은 어떨까.
가지지 못한 것에, 가졌으나 지금은 없는 것에 안타까워하기보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충분히 만끽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직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아픈 곳 없고 아프다 해도 이겨낼 수 있는 작은 것들이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적어졌다 해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노안은 왔지만 그래도 한두 시간 책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다행인가.
초등학생 둘이서 보여준 원시적 즐거움이 오늘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누군가를 불러 이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
머릿속으로 이 사람 저 사람 아는 지인들을 추려보나 결국 아무도 선택하지 못했다.
그냥 즐거웠다로 끝내야 했지만 오늘 하루 잠시 나로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