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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보이스피싱??

누구 탓일까

by 오순 Mar 19. 2025

명의도용을 당한 것 같다.

카드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택배기사가 카드 발급 신청한 것 가지고 왔다고 전화가 왔다. 신청한 적이 없다 하니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한다. 주소를 말하는데 내가 사는 곳이 아니다. 명의 도용 당한 것 같다며 택배기사가 가르쳐 준 전화로 카드 도용 신고전화를 하라 한다.


택배기사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연락해 곧바로 접수가 되었다. 바로 금융감독원과 연계해서 신고 접수가 된다 한다. 이렇게 편리하다니 시스템이 엄청 좋아졌나 보다 했다. 안심하고 다른 볼 일을 보고 있는데 다른 의문들이 들쑥날쑥 솟아오른다.


따로 경찰청에 신고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 금융감독원에도 신고 접수해야 되는 것 아닌가. 택배기사가 알려준 그 번호가 맞는 것인가. 만일 내 핸드폰까지 도용당했다면 신고전화가 도용 전화로 연결된 것은 아닌가. 사기 영화를 봐서인지 의심이 꼬리를 잇는다. 


그 번호로 다시 전화하니 따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한다. 그러다 또 불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니 전화번호가 다르다. 인터넷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 ARS로 뜨면서 복잡해져 끊었다. 원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그곳이 맞냐고 다시 확인했지만 불안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제기랄,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 바보가 된 기분이다.

도용을 당하면 나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내가 가짜가 된 기분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전에는 지갑을 잃어버리면 그 지갑 안에 있는 돈만 잃고 잃어버린 신분증은 신고하고 재발급받으면 끝났다. 그런데 지금은 도용당하면 어디서 어떻게 후유증이 발생할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엊그제 잘못 온 택배의 수상함부터 통화가 끊어지고 연결이 잘 안 될 때가 있었느냐 묻길래 몇 번 있었다 했다. 그 사람이 도용된 것이 일 년이 넘었다는데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금전적인 피해가 없었기에 그런 것 같다며 구제받을 통장 잔고를 대충 불러보라 하길래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누가 나를 도용하여 살고 있는 것인가. 일 년 전에 카드를 발급받았고 이번에 발급받아 가려다 걸린 것이다. 신고하면 은행 잔고만 보호해 주는 것인가 아니라 형사상 처벌까지 해서 막아주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뭘 알거나 뭘 모르거나 한계를 알아야 걱정을 하던지 멈추든지 할 것인 데 한계를 모르니 더욱더 불안하고 실체 없는 의심과 불안으로 막막하기만 하다.

어디다 물어볼까 지인들한테 말해볼까 생각해 보았는데 걱정들과 막연한 의혹들만 가중될 것 같아 숨 돌리기를 하고 있다.


공공시설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도용당한 것일까.

내가 무엇을 따로 나도 모르게 클릭한 것일까.

특별히 모르는 사이트에 들어간 기억은 없는데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이럴 땐 똑 부러지는 딸이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짜증을 내면서도 나서 주니 정리하기가 쉬워질 텐데 머나먼 외국에 나가 있고 시차로 지금 한참 자고 있으니 물어볼 수 없어 카톡만 줄줄이 보냈다.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해야 할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데 모르고 있는 것을 캐치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카톡을 보내놓았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걸으면서 생각을 추슬러보자.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우씨 우짠지 이상타 했는데 역시나였네. 택배가 결정적이고 카드 발급이 치명타였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통장에 잔고가 빈한해서 금융피해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카드사에서는 안 해도 된다 하는데 그 전화번호가 확실히 맞는 것일까. 제대로 신고가 된 것일까. 신고가 되었다면 왜 확인 전화를 주지 않는 것일까. 금융감독원에서도 피해 신고자한테 따로 연락을 줘야 되는 것 아닐까. 확인 절차가 필요한 것 아닐까. 그런 것들이 이젠 다 불필요한 요소로 된 것일까. 아니면 제대로 신고되지 않아서 연락이 없는 것일까.


무언가 제대로 한 것 같지 않은 불안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금융피해가 아직 없으니 내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것인가. 

믿을만한 카드사마저 믿지 못하는 나는 어리석은  것인가.


어떻게 확인해야 카드사라는 확신이 설까. 보통 녹음되고 담당자가 이름을 말하지 않는가. 왜 그런 것들이 없이 카드사라고만 할까. 한 번은 남자가 받고 한 번은 여자가 받는다. 도대체 인터넷에 검색되지 이 번호가 맞는 것인가. 112에 신고할까. 그러면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신고를 했는데 신고 접수가 안 된 것 같은 이 불안은 아마도 확인 전화가 오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불안이 나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별 뾰족한 수가 없이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생각이 원활하지 않고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분이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되지 않을까. 난생처음 112에 전화를 걸었다. 손해가 발생하여 당장 출동할 상황이 아니니 가까운 경찰서 민원실에 가서 상담을 먼저 받아 보라 한다.


그러는 와중 외국에 있는 딸이 전화를 했다. 보이스피싱인 것 같다며 자세한 상황을 말하라 한다. 다시 은행에 전화해서 상당원과 연결해 상황을 설명하니 더 이상 진행하지 않으면 된다 한다. 카드 정지나 재발급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한다. 다행히 비밀번호나 주민등록번호나 혹여 그들이 보내는 링크로 앱을 까는 상황 등이 발생하지 않아서 안심해도 된다 한다. 추후로 그들이 연락 올 수도 있으니 아예 받지 말라 한다.


보이스피싱이란 말에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짐을 알겠다. 그러면서 왜 나는 보이스피싱이란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바보 아닌가. 나만 보이스피싱에서 예외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인터넷 검색하거나 주위에서 들은 많은 정보들로 인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보이스피싱을 당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나 보다.


등록되지 않은 모르는 전화는 일절 받지 않는다. 문자들도 무시하거나 바로 삭제하고 거부하고 있어 나를 너무 믿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갑자기 모르는 전화를 왜 받았을까 싶다.

정신 좀 차리라는 딸내미의 걱정스러운 폭풍 잔소리를 몇십 분 듣고 또 들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의혹들이 떠오르기는 했는데 확정하지 않고 좋은 쪽으로 돌린 내가 내가 생각해도 당하려고 작정한 바보 같다.

은행이 타 은행까지 신고 접수해 주고 금감원까지 신고해 준다니 미미한 나 한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한다고. 비서도 아니고 뭐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프로그램이 발달해서 시스템이 원격으로 자동 조정이 되는가.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데. 해준다니 일일이 해야 되는 귀찮음을 해결해 준다니 감사하네. 그런데 왜 내 일을 그들이 해주는 것일까. 당최 이해가 안 가네. 과잉친절 아닌가. 과잉은 뭔가 찜찜한 꿍꿍이가 있는 태도 아닌가.


보이스피싱이라는 간단한 답을 놔두고 혼자서 오만 잡다한 생각들로 엉망진창 헤매고 있었다.

제발 생각을 하지 말고 들으라는 딸내미가 생각난다. 나도 생각하고 싶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솟아오르는 것들이다. 내가 나를 경계해야 되는 판국이다.


정해진 룰대로만 지켰으면 되는데 머릿속 생각대로 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다.

내가 멈춘 것이 아니라 그들이 멈춰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라 한다.

억울하지만 맞는 말이다. 순식간에 바보 멍청이 가 되어 거꾸로 자식이 부모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너만 믿는다며 고맙다며 짜증 내는 딸을 달랬다.


뭔가에 씐 것인지 낯선 전화받지 않던 내가 전화를 받고 열심히 응답한 하루는 아슬아슬 피해를 피한 날이다.

누구나 당할 수 있음을 다시 절감한 사고였다.

누구나가 아니라 엄마 같은 사람만 당한다고 콕 집어준다.


나이 탓으로 넘어가고 싶은 하루였다.

문제가 정리되니 왜 이리 배는 고픈지 모르겠다.

노동이라도 하고 온 것처럼 흡입하듯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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