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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by 정제이

일본 작가 가쿠타 미쓰요의 여행 에세이

표지는 정열적인 붉은색 바탕

녹색 식물이 우거진 열대우림 속 커피숍

그곳에 등이 깊숙이 파인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화면을 등지고 앉아 있다.

표지만 봐서는 여행책일 거란 짐작을 하게 하고

그리고 여행을 즐기는 여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겼을 거라 추측해 본다.


작가의 이름도 낯설고

너무 진한 표지색도 낯설지만

익숙하지 않은 책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사게 되는 책이 있다.

(그래 봤자 익숙한 에세이 분야지만)


67년 일본 출생 저자가 20대 때부터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

작은 에피소드들을 적었다.

번역서라 작가의 글맛이 조금 변형되긴 했겠지만

소제목을 적절하게 골랐단 생각이 든다.

'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표지 그림만 봐서는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탐험가 정신으로 다녀온 용감무쌍한

소회를 풀어놓을 줄 알았다.


정말 좋아하고 자주 여행한 나라는 태국이라지만

낯선 나라에서 조금만 위협적인 일이

생길라 치면 몸을 사리는 타입.

게다가 소설가인데도

감정이 무덤덤한 편.

오히려 의외여서 읽게 된다.

오호~일본 작가는 이렇게 여행하는구나.


재작년 다카마스의 한 전통찻집에서

말차를 마신 적이 있다.

대나무 차선으로 개어서 거품이 이는 말차.

'맛이 없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지만

확실히 뭔가 심심한 맛이다.

녹차라테의 진한 맛을 기대한 나의 혀가

말간 맛이 나는 차에

실망과 호기심을 경험했던 순간이다.


그때의 새로운 경험이

나의 몸속 어딘가에 저장돼 있다가

일본 작가의 책을 읽으며 소환되는 게 신기하다.


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무심한 듯 풀어놓는 저자를 통해

추억여행을 하게 된다.

책을 읽다 재작년 마셨던 말차 맛이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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