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하는 사색가가 쓴 글
글을 쓰는 사람은 대부분 착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에서 얻은 생각이다.
김현진 님의 글은 차분하다.
그의 건축물도 틀림없이 그럴 거란 추측을 하게 한다.
문, 창, 계단, 지붕, 대문_건축의 일부를 독립적으로 떼어 한 단원씩 주제 삼아 글을 썼다. 많이 알고 경험한 것에 자신만의 사색이 더해져 독특한 책이 됐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땐 너무 담백한 글이라, 익숙해지는데 며칠 걸렸다. 느릿한 문체와 밋밋하다 느낄 만큼 담백한 설명들.
그래도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진심을 알 수 있지란 맘으로 더디게 읽다 보니, 드디어 어제부터 글이 눈에 마음에 들어와 박히기 시작한다.
햄버거에 익숙한 입맛이 곰탕의 심심한 듯 담백한 맛을 알게 된 것처럼.
이분의 글을 통해 거리, 관계, 공간에 대해서 재정의해 보게 된다. 내가 나만의 공간을 꾸밀 때 이런 서재, 거실, 베란다를 그리면서 놓친 부분들인 이웃과의 관계나 가족이나 친구의 거리에 대해서 말이다.
글을 한참 읽다가 시아버지, 친정이란 단어를 읽고서야 저자가 여성인 줄 알았다. 건축은 남성의 영역으로 한정 지었던 나의 고정관념이 만든 착각이었다.
여러모로 깊이 있게 읽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