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각의 아내

by life barista

배기각과 결혼한 후 매일 조금씩 불행해졌던 배기각의 아내는,

국회의원 부인이 된 요즘이 가장 불행하다.

대중목욕탕에 갈 수 없는 것도 불행한 이유 중 하나다.



대중목욕탕에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인생 드라마와 때를 밀 때 터져 나오는 웃음이 있었다.

이웃과 함께 있을 때 그녀는 옥황상제의 감시를 피해 이 땅에 내려온 선녀가 되곤 했다.



목욕 시설이야 돈을 들여 더 좋게 만들 수도 있지만,

나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들의 솔직한 감정과 공감은 돈으로 만들 수 없었다.

이런 게 사람 사는 맛인데,

남편은 이런 걸 모두 돈으로 바꿨다.

배기각은 아내 생일에 오만 원짜리를 잔뜩 넣어 미역국을 끓이기도 했다.



그녀는 남편을 사랑했었다.

그녀는 수술 끝난 남편을 행여 못 볼까 불안해 물도 마시지 않고 몇 시간을 기다렸다.

그녀는 이식한 기계 몸 때문에 생긴 남편의 피고름을 10년 넘게 짜냈다.

그녀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남편과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녀의 사랑이 이토록 치열했던 건,

이 모든 행동이 전적으로 그녀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스스로 결정해 사랑했고 그래서 행복했다.



로봇 팔다리 이식,

나노 송과선 탑재,

국회의원 출마.



배기각은 돈과 권력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노예로 만들었다.

그는 아내도 자신과 같이 노예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었다.

인생은 자기 결정에 스스로 책임질 때 비로소 가치 있는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이혼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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