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

by life barista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단 인성 씨의 바람은
어쩌면 우리 본성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선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요.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하철상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편지와 자신이 쓴 답장을 명인성에게 보여주었다.

명인성은 편지를 찬찬히 읽었다.


‘하철상 선생님께.

이곳 우크라이나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기적을 불러왔습니다.

전투가 가장 치열한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전투를 멈추고 자발적으로 휴전을 선언한 겁니다.


한 병사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참호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그 병사가 곧 사살되리라 생각하고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양국 군인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한두 명씩 나오더니,

캐럴을 같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참호와 참호 사이에서 만나 악수했습니다.

초콜릿과 담배를 교환하기도 했습니다.

못 믿으시겠지만,

즉석에서 축구 경기도 벌어졌습니다.


방금까지 이들은 서로를 죽이고자 했습니다.

극한 적대 관계를 넘어선 이런 화합과 평화의 순간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 순간,

존엄하지 않은 인간은 누구일까요?


명인성은 하철상의 답장도 이어 읽었다.


‘선생님,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셨군요.

인간은 전쟁 중에도 선물을 주고받고,

함께 축구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저 역시 많이 놀랐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국가나 이념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존재가 아니었단 생각이 듭니다.


국적과 이념은 누군가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소모품이란 생각도요.

크리스마스라는 사랑과 구원의 시간이 그들을 한 국가의 군인에서,

본래 인간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되돌려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본래 인간의 자리로 말입니다.


국가 이전의 인간은 경쟁과 다툼이 아니라,

환대와 놀이로 관계를 맺어온 건 아닐까요?


그 오랜 진화의 시간 동안 우리를 연결한 건,

무기가 아니라 선물이고,

폭력이 아니라 놀이가 아니었을까요?


그들이 주고받은 담배와 초콜릿은 서로에 대한 인정과 환대로 보입니다.

그날 벌어진 축구는 공존의 질서를 지켰을 때

인간이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들은 전쟁에서 살아남기 대신 인간으로 관계 맺길 선택했습니다.


선생님, 인간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으로 자신을 보여주고자 합니까?


명인성은 자신의 선택이 어떤 영향력을 가질지 자신이 없었다.

자신은 그저 배달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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