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각은 국회 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있다.
그는 책상을 거칠게 두드리며 말한다.
"나도 노동자였다니까!
노동조합이 노동자 권리를 보장해?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돼지 흉내 내면서 비싼 와인 마시고,
제 새끼들 불법 입사시킨 조합장들은 누굴 위해 그랬대?"
배기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국회 TV 카메라를 향해 사명감에 고무된 표정을 짓는다.
“아시겠지만, 이게 다 기득권이라는 겁니다.
부패한 노동조합은 기득권이에요.
저는요, 노동자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진짜 노동자들을 위해서요.”
그는 로봇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래서 저는요, 과학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강해져야 합니다.
더 이상 기득권 노조가 노동자와 우리 기업을 쥐락펴락하게 둬선 안 됩니다.”
그는 기업 앞에만 ‘우리’를 붙였다는 걸 의식했다.
아차 싶었던지,
배기각은 더 앙칼진 목소리로 ‘우리’를 강조한다.
“우리 노동자들은요,
가까운 미래에,
강한 승자가 되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이제 그는 노동자의 희망이었다.
그날 저녁 뉴스는 배기각의 국회 발언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