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하의 별 Jun 20. 2022

행복한 절약을 위한 집밥

지난주 목요일에 나는 부지런히 대청소를 하였다. 아이가 금요일 저녁에 집에 오기 때문에 나는 아이를 기다리면서 아이 방을 비롯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아이와 늘 시간을 보낼 때는 잘 몰랐던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설렘이 가득한 시간을 나는 어쩌면 행복하게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해서 평일에는 학교 기숙사에 머무르고 금요일 저녁에 집에 와서 일요일 저녁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금요일에 만난 아이는 이전보다 살이 좀 빠져 보였다. 아이의 학교는 선생님이 교실에 머무르고 아이들이 각자의 시간표대로 강의실을 이동해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활동량이 많다. 아이는 강의실을 이동해서 다니는 일이 힘들었고 기말고사 공부를 위해 쉬지 않고 공부를 해서 좀 더 피곤하다고 하였다. 실제로 몸무게가 3kg 줄었다는 아이의 말에 나는 아이가 많이 안쓰러웠다.



토요일에 아이가 잘 먹는 족발을 구입해서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나는 요리를 잘하는 신랑에게 돼지고기 제육볶음을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신랑이 돼지고기 제육볶음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말하였다. 항상 신랑이 처음 만들어 보는 요리도 맛이 좋았기에 나와 아이는 맛있는 돼지고기 제육볶음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족발을 구입하면 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돼지고기 앞다리살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나와 아이가 갑자기 매콤하고 달콤한 돼지고기 제육볶음을 먹고 싶어서 신랑에게 부탁하게 된 것이다. 운동을 하고 집에 오면서 신랑이 장을 보았는데 마침 정육점에서 세일을 해서 돼지고기 앞다리살 800g을 1만 원에 구입했다고 좋아했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일상에 적용하고 간소한 삶을 추구하면서 소비를 되도록이면 하지 않고 있다. 배달과 외식을 하지 않고 집밥을 하면서 식비를 아껴서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의 행복한 미래의 시간을 위해 절약 생활을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은 아니다. 족발을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었지만 이번 달에 족발을 구입한 적이 있었고 고기가 먹고 싶은 아이에게 돼지고기 앞다리살로 만든 제육볶음도 충분히 행복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실 중앙에 식탁과 책상을 이어 붙여놓고 나와 신랑은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한다. 주방과 거실이 이어져 있어서 아빠가 요리를 하는 동안 맛있는 냄새가 나서 참을 수 없이 배가 고프다고 아이의 기대감이 가득한 행복한 목소리가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어 거실 안을 가득 채웠다.


신랑이 처음 만든 돼지고기 두루치기
(좌) 아이를 위한 식탁 차림, (우) 돼지고기 두루치기 완성

돼지고기 제육볶음이 비로소 완성되었다. 돼지고기 앞다리살이 생각보다 많이 부드러웠고 맛이 매콤하면서도 달콤하였다. 아빠의 요리 실력이 정말 최고라고 말하면서 아이는 맛있게 먹었다. 아이가 평소에 먹는 양보다도 훨씬 많이 먹었다. 아이와 나는 "너무 맛있어!"라는 말을 계속하였다. 우리들의 감탄에 신랑의 얼굴에 미소가 머물렀다.



신랑이 출근하는 일요일 나는 아이를 위해 토마토 수프를 만들었다. 고기가 있으면 토마토 스튜로 만들 수 있는 요리이다. 냉장고 안에 있는 토마토와 양배추 그리고 마늘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만들었다. 바질 페스토와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는 생바질을 넣어서 풍미가 더 좋았다. 나는 청춘시절에 독일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유럽 이곳저곳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주방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기숙사에 있었는데 그때 그들만의 가정식을 배워서 지금껏 나는 잘 활용하고 있다. 요리를 잘 못하는 내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고마운 레시피이다.



토마토를 듬성 등성 썰고 마늘은 잘게 썰어서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뒤적뒤적 볶아준다. 그리고 물을 토마토가 잠기는 정도로 붓고 바질 페스토와 생바질을 썰어서 넣는다. 양배추를 넣고 혹시 냉장고 안에 다른 채소류가 있으면 넣어도 된다고 친구에게 배웠다. 그런 다음에 소금으로 간을 해주면 되지만 나와 아이는 소금을 넣지 않고 채소 본연의 맛을 즐긴다.


완성된 토마토 수프
신랑이 토요일에 구워놓은 모닝 버터빵
모닝 버터 빵

신랑이 구워놓은 모닝버터빵과 내가 만든 토마토 수프를 아이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발효가 잘 된 신랑이 만든 모닝 버터빵은 소화도 잘 되고 다른 음식과 잘 어울려서 토마토 수프와 먹을 때도 정말 맛이 좋았다. 아이와 나는 행복하게 브런치를 즐겼다.


반드시 예쁜 카페에서 브런치를 해야만 행복감이 큰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와 아이는 집에서 만든 요리로 브런치를 하면서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공유하는 그 순간이 행복이지 않을까.


냉파 메뉴

일요일 저녁에 나는 돼지고기 제육볶음 남은 것을 데워서 달걀 프라이와 함께 접시에 담았다. 잘게 썬 마늘과 고추 그리고 버터를 넣고 아이가 즐겨먹는 버터 볶음밥을 만들고 남아있는 부추 부침개를 프라이팬에 데워서 밥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토요일에 내가 만들었던 오이무침을 작은 접시에 담아서 아이와 나를 위한 저녁 메뉴를 완성하였다. 새로울 것 없는 메뉴지만 아이는 연신 맛있다고 말하면서 먹었다. 아이는 학교 기숙사에서 급식이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좋게 나오지만 집에서 밥을 먹을 때가 더 맛이 좋다고 말을 한다.



우리는 각자의 사회에서 고단한 시간을 보내다가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에 머무를 때 비로소 "쉼"을 가질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의 꿈을 위해 학교에서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고 신랑은 가족의 평안을 위해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고단한 시간을 견뎌내었을 것이다.



그 힘든 시간을 보내고 맞이하는 주말에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시간 속에서


가족은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랑을 마음에 채워가는 것은 아닐까.






https://brunch.co.kr/@juwelrina/289


https://brunch.co.kr/@juwelrina/114


https://brunch.co.kr/@juwelrina/217


https://brunch.co.kr/@juwelrina/241


https://brunch.co.kr/@juwelrina/277


https://brunch.co.kr/@juwelrina/282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요리에 진심이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