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허락하는 마음
매일의 내가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쉬워
해가 지나가기 전 달의 나를 남기자는 슬로건으로
'월간◯◯' 글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에는 무엇을 넣든 자유다.
◯◯에 관한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자신에 관한 글을 쓰고 있음을 느낀다.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글쓰기를 하며 우리는 선명해진다.
25년 1월 월간지기(월간 ◯◯ 운영자)는 매일 '여유'에 관해 쓰기로 했다. 2024년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여유'를 갖지 못했고 올해엔 여유갖기를 통해 자신을 좀 더 잘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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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월간OO 카페에 남긴 글
#여유를 허락하는 마음
가을 끝자락,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다 동료들과 함께 파주에 위치한 '콩치노콩크리트'를 찾아가게 되었다. 집에 가서 밀린 일을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잠시 미뤄두었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로 물 외의 어떤 것도 먹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나는 무언가 읽고 싶은 마음에 좋아하는 책을 챙겨갔다.
공간에 도착해 창 문밖 임진강이 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가마안히 강 위에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흐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다.
무엇을 의미하는 눈물이었을까. 안도였을까. 감동이었을까.
가방에서 책을 꺼내 1장, 2장을 넘겨 읽다 이내 덮고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음악을 감상했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우리는 각자의 고요에 잠겨있다 다시 만났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뭐랄까... 예술은 옛날 옛적부터 이어져 오던 거잖아요. 전부터 사람들은 아등바등 살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온 거 같아요. 그렇게 예술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요?" 그러고는 노동요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고 모두 웃었다.
종이에 '착'하고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는 글자가 살아서 내게 다가오는 것만 같을 때, 늪으로 빠졌을 때엔 신나는 혹은 잔잔한 클래식 연주를 들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가벼워지고 맑은 눈물을 흘리곤 금세 개운해진다.
일상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도 많을 텐데, 중요한 것은 나에게 여유를 허락하느냐다. 여유를 허락할 수 있는 마음. 그러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다른 일을 잠시 미뤄두고 하루를 잘 살아낸 나를 다독이며 여유를 허락해 주어야 한다.
아래는 콩치노 콩크리트를 담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