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양이는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에도 많이 있다. 오히려 도시보다는 시골에 고양이가 더 많아 보인다. 우리 집 데크는 한 무리 길 고양이들의 아지트다.
집 앞에서 죽치던 있던 불쌍한 표정의 길 고양이 한 마리를, 아내와 큰 딸내미가 매몰차게 내치지 못하고 밥을 준 것이 계기가 되어 그놈이 새끼를 낳고, 다시 그 새끼가 또 새끼를 낳고,... 스무 마리까지 숫자가 늘어났다가 지금은 평균 여섯 마리 정도 된다. 집 나갔던 놈까지 합류하면, 여덟 마리가 우리 집 데크를 점령하고 있으면서 먹고, 자고, 싸고...
그리고 길고양이 에미가 버린, 눈도 안 뜬 새끼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우유를 먹여 키운 두 달 된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우리 집 반려묘인 일곱 살 먹은 샴고양이 한 마리, 이렇게 두 마리는 집 안에 돌아다니며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로서 나는 총합계 열 마리의 고양이를 먹이는 사료값을 충당하기 위하여 나의 버스기사 월급의 상당액을 갈취당하며 꿋꿋이 버티며 잘 살고 있다.
짐승들의 비정함이야 T.V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에서 익히 봐 왔지만, 우리 집 데크에서 보게 될 줄은 짐작도 못 했다.
고양이들은 발정기가 되면 밤마다 기묘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아랫배가 불룩한 상태가 되어 나타난다. 암놈들이 집 창고나 구석진 곳을 배회할 때쯤, 아내가 종이박스에 이불이나 헌 옷가지를 넣어 바람이 덜 들 여치는 구석진 곳에 놓아주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새끼들을 낳아 놓는다. 낳은 새끼들 중 약해 보이는 놈은 에미가 수유도 안 하고 영하의 날씨에도 돌보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두어 죽게 만든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선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생명체의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한 본능이라고 유전학 책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유전학자의 말장난 같이 느껴지며 내 눈높이에서는 전혀 그 작동원리가 경이롭거나 합리적이기는커녕 잔인한 동물들의 비정함 그 자체이다. 그것이 순리라고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나는 목구멍에 걸린 가시같이 껄끄러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인간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학자들은 얘기한다. 그러나...
시골 장날 시골버스에 남녀 승객 두 명이 승차했다. 남자는 한 육십은 되어 보이고, 뒤이어 팔순이 지난 듯한 할머니 한 분이 버스에 올라오셨다. 무거운 짐은 할머니가 들고, 사지가 멀쩡하고 롱 패딩으로 겹겹이 둘른 남자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버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희죽 거리고 있었다. 할머니는 버스기사에게 두 명을 찍어달라고 말씀하시고는 들고 온 짐보따리를 버스 바닥에 끌듯이 옮기는 것으로 보아 할머니에게는 벅찬 무게임이 분명했다.
"어르신 제가 옮겨 드릴까요?"
버스기사가 함부로 승객의 짐을 손대는 일은 파손 등의 이유로 가능한 한 안 하는 것이 옳다. 좋은 뜻으로 어르신들의 짐을 옮겨드리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 기사양반 괜찮아요! "
"네가 들어!"
희죽 거리던 그 남자가 마지못해 짐을 옮겨놓자, 그제야 자리에 앉은 할머니의 모습을 룸미러를 통해서 마주했다.
모자(母子)...
건조한 얼굴에 깊게 파인 주름,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로 총명하게 빛나는 눈, 미용실 앞에는 간 적도 없는 다듬지 않은 짚 같은 머리, 스웨터 차림의 초라한 행색...
기름기가 번들 거리는 얼굴, 흰 자위가 보이는 멍청한 눈, 깍지 않은 수염, 희죽 거리는 입, 절대 얼어 죽을 염려는 없을 것 같은 롱 패딩 점퍼... 뭐 하나 맘에 드는 게 없었다.
어머니는 죄인이다. 어머니는 천형을 받아 모자란 아들을 낳았다. 그 업을 갚느라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고 평생을 죄인처럼 산다. 다른 자식들은 장성해 도시로 나가 자신들의 행복한 삶을 영위할 때에도 어머니는 늙어가는 아들을 보살피느라, 그 흔한 패딩점퍼도 없이 스웨터 하나로 모진 겨울을 버틴다.
<어머니>
모두가 버리라고 했어요.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내가 보살피면 되는데...'
그녀는 자연의 섭리를 거역했어요.
모두가 天刑이라고 했어요.
그러나 그녀가 보기에,
세상에서 제일 이뻤어요.
그녀에겐 소중한 보물이니까!
모두가 사람 구실 못 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녀는 괜찮다고 했어요.
그녀가 대신하면 되니까요.
그녀는 벌써 알고 있었어요!
내 새끼의 不足함을...
그리고...
천지신명께 매일 피맺힌 기도를 해요!
'내 새끼보다...'
'하루만이라도 더 살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