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기사 생활을 2년 3개월째 접어 들고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남의 옷 빌려 입은 것처럼 어색하더니 이제는 발만 대면 쑥 미끄러져 자동으로 싣겨지는 익숙해진 구두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아니,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진 것 같아 두려울 지경이다.
새벽 5시에 자명종(自鳴鐘)을 맞추어 놓고도 혹시나 지각 걱정으로 밤새 뒤척이기도 했던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전날 노선에 노인들이 많이 승차했거나, 장날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알람 관계없이 새벽 5시 土 5분 전후로 자동기상이다.
그리고 간단한 외출 준비를 마치고, 운행이 있는 날이면, 가수 '설운도'의 노랫말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괴산군 시내버스터미널로 출근한다.
가능한 잠든 아내가 깨지 않도록 발 뒷꿈치를 들고 까치 발로 새벽을 열지만 잠귀가 밝은 아내는 바로 일어나서 내 출근을 챙긴다.
"그냥 더 자!"
아내도 시골에 온 후 시원찮은 경제활동을 하는 시골 농부 덕분에 맞벌이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혹시, 나 때문에 잠이 모자랄까 봐 내가 하는 말이다.
" 아니, 당신 간 다음에..."
아내가 나를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하는 말이다.
괜히 마음이 짠하다.
가끔씩 아내가 깨지 않고 곤히 자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아내의 얼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본다. 혹시, 아내가 이 사실을 알면 기겁을 할 노릇이지만...
아내의 얼굴에서는 아무 향기가 없다.
예전 연애시절에 아내의 근처에서 느껴졌던 그런 향기가 안 난다.
그 얼굴에서 어머니에게 느꼈던 푸근한 향기가 난다.
이제 중년에 접어든 한 여자의 평범한 얼굴이다.
전쟁터 같은 삶을 같이 견뎌온 전우의 얼굴이요,
뜻을 같이한 동지의 얼굴이다.
나는 사실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자는 죽을 때까지 향기 나는 장미꽃이기를 원한다.
아니, 그렇게 살고 싶어 한다.
나는 버스에 타고 내리시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여자를 여성으로만 살도록 내버려 두지를 않았다. 인류의 원활한 존속을 위하여 애를 낳고, 가족을 먹이고 입히기 위하여 음식과 빨래를 하거나, 또 시원찮은 사내를 대신하여 경제 활동도 하고...
<아내의 향기>
다른 사람은 못 느끼겠지만,
당신에게는 장미의 향이 나오
아들 녀석은 엄마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서 장미의 향기를 느끼오
그 향기는 가족을 감싸는 포근함이요,
나를, 삶을 지탱해준 支柱요,
고향이었소
내가 출근하는 새벽
당신의 향기는 나를 둘러싼 보호막과 같이
험한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