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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더운 여름날의 午後

by 한지원

午後 두 時

하루 중 가장 나른할 때다.

하필 이런 때 운행을 나간다.

하루 건너 한 번씩 이 시간에 항상 나가는 운행이지만, 매일 마음속으로 똑같은 투정을 해본다. 누가 들어줄 리 없는 투정...

오늘 같이 더운 날...

해가 달아올라 망치로 두드리면, 태양의 동그란 모양이 타원형으로 찌그러질 것 같은 날씨다.

버스 안에는 시골버스 기사와 꼬부랑 할머니 한 분, 왱왱거리는 엔진 소리, 시원하게 나오는 에어컨 바람...

그리고 차창 바깥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실록을 경계병 삼아 후영 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도로 양옆에 심어놓은 전봇대도 졸고, 버스 안 할머니도 졸고, 후영 계곡물에 낚시하던 낚시꾼도 졸고, 애꿎은 시골버스 기사만 두 눈을 부릅뜨고 액셀 페달을 주어 밟으며,

청 테이프로 감아 쓰고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이 안돼 보였는지, 어제 사랑하는 아내와, 딸, 아들 이렇게 세명이 펀딩(funding)해서, 아빠에게 선물한 이어폰으로 에릭 카먼의 올 바이 마이셀프( Eric Carmen, all by myself )를 듣고 있었다.


시골마을 외딴 승강장.

할머니 두 분 승차.

"기사양반! 요금 내~구 타유?"

"천 오백원이 쥬?"


'아니 이 어르신들 새삼스럽게... 왜 물어보실까!'

매일 오가는 노선에, 매일 오가는 분들이시다.

나는 이틀에 한 번씩 보지만...

" 네! 내십시오!"


"아이구! 난 몰랐네! 나릴 때 낼 뻔 했잔혀!"

"임자도 내구 타!"

"아이고! 웃겨 죽겠네!"


과연 뭐가 그렇게 웃기실까...'


"어디 갔다 오는 길여! "

"장에!"


"뮈하다 지금 가?"

"옥시기 따다가..."


"아이구! 옥시기? 그래 옥시기 따다가? 아이구!"

"아이구! 재밌어 죽겠네!"


'어르신은 이 늘어지는 여름날...

과연,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실까?'


인생이 꼭 재미있고 의미(意味)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추신. 요즘 나오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외부 소리를 들리게 조절하는 s/w가 내장되어 있어 안전 운전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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