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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day

by 한지원

나는 일요일이 좋다.

엄밀히 얘기하면, 나는 일 하면서 남들은 일하지 않는 공휴일이 좋다. 이게 무슨 이해 못 할 궤변(詭辯, sophistry)이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시골에 오기 전 공휴일에 일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남들 모두 다 쉬는 휴일에 일을 한다는 자체가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연봉의 액수보다 휴일이 많은 직업이 더 좋은 직장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예전에 도시에서 생활할 때...

우리 회사가 취급하는 아이템 중에 일본과 거래하는 품목이 있었다. 그래서 일본 기업과 업무처리를 하다 보면, 웬 휴일이 그렇게 많은지 우리의 업무를 그네들 스케줄에 맞추느라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누군가가 일본 사람들이 쉬지도 않고 일을 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는지... 그 말은 다 구라(구라마스:くらます)다.

아마도 우매한 국민들을 더 많이 부려 먹으려고 정권유지 차원에서 퍼트린 가짜 뉴스 인지도 모를 일이다.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축제, 국가 기념일, 개인 휴가... 등등, 핑계가 없어서 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내가 우습게 알던 그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를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시골 버스기사가 되어 있는 지금...

난 일요일이 좋다. 아니, 나는 일하고 남들은 다쉬는 휴일이 나는 좋다.

학교도, 병원도, 복지회관도... 모두 쉬는 오늘,

텅텅 빈 버스를 몰고 괴산 시내를 달리면 묘한 해방감도 느낀다.

쫙 달라붙어 몸매가 드러나는 등산바지를 입고

들뜬 화장을 한, 들뜬표정의 아줌마가 신호 대기하는 버스 앞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산업단지나 아랫마을 농장에서 근무해야만 할 것 같은 검은 피부의 청년들이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아직은 이른 아침...

거리는 적막한데 시골버스의 엔진 소리만 요란하다.

모든 병. 의원이 쉬는 날이니, 매일 병원을 가시던 노인들이 버스에 안 탄다.

매일 버스를 타고 복지회관에 출. 퇴근하던, 의미 없이 해맑던 미소의 소유자들도...

시골 버스기사를 속 터지게 하던 우리의 이웃들이 버스에 안 타는 날이다.

그야말로 시골 버스기사는 계(禊) 타는 날이다.


한적한 터미널에는...

대합실에 죽치고 있던 죽돌이, 죽순이들도 오늘은 보이질 않는 날이며, 나에게 커피를 사주려, 숨어서 나를 스토킹 하던, 스즈끼복을 입은 놈이 안 보여서 좋은 날 이기도 하다.

낡은 에어컨도 하나 없는 대합실에는 주인 없는 길고양이 마냥, 공장에서나 사용할 법한 대형 선풍기만 왱왱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또 그렇게 시골 버스기사의 한적한 휴일은 지나간다.


https://youtu.be/boqNwuYh_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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