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을 전시관으로 만들어 보자~!

#9. 그리지 않는 미술 수업이야기(9)

by 키달쌤
나의 모든 미술 자료를 쏟아부어서...


2017년에도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재미있게 했었다. 그때는 나도 점점 즐기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매년 할 때마다 반 아이들의 특성이 달라서 그에 맞게 수업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2017년도 아이들의 특징은 2016년도와 사뭇 달랐다. 2016년도 아이들은 서로 돕고 협동이 잘되고 양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부분이 돋보였다면 2017년도 반 아이들은 한마디로 '지나친 승부욕'이었다. 당연히 같이 역할극을 하거나 토의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난 수업의 주된 방향을 아이들의 특징을 살려 퀴즈 형식으로 가닥을 잡고 수업을 자주 했었고 본선 심사에서도 수업에 반영했다. 그리고 그 당시 근무하던 학교가 마지막 해라 몇 년 동안 모은 자료와 수업 스킬을 총동원했다. 결과는 물론... 처참한(?) 실패였지만.



오히려 독이 된 퀴즈 형식 수업 도입부



동기유발은 반 아이 중 좀 어리숙했지만 나중에 연기자가 되고 싶은 남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의 하루 일과를 코믹하게 동영상으로 찍고 그 아이가 느꼈을 마음을 담은 그림을 학급 게시판에서 골라 발표하게 했다.

동기유발 자료 중- 00 이의 하루


교실 뒤 학급 게시판에는 약 20개 정도의 그림이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림을 골랐다.

교실 뒤 게시판에 붙인 그림들

특히 00 이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잘 나타낸 4번(우는 여자) 그림이 인기가 많았다. 간간히 11번 고흐 그림을 고른 학생은 00 이가 방 안에서 혼자 있고 싶을 것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4차원적 학생은 2번 을 고르고 시간이 자기를 버렸다고 했고, 한 녀석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멘붕이 와서 머릿속이 5번처럼 되었을 거라고 하는 학생도 있었다. 아이들의 나름대로 이유 있는 발표와 선택에 수업은 순조롭게 잘 흘러갔다. 그리고 학습 목표를 동기유발과 잘 연결해서 하려고 나름대로 사자 성어를 찾아왔다.


학습목표: ( )로 배운 미술 작품 다양하게 감상하기


학습목표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하고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한 다인 '以心傳心(이심전심)'을 준비했다. 아마 아이들이 모를 것 같아 난 설명을 하려고 하는 찰나 젤 뒤쪽의 남학생이 손을 뻔쩍 드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돌출 행동에 설마 하고 긴가민가했다. 그 녀석은 자신 있게 이신점심이라고 했다. 발음이 부정확했지만 뜻을 알고 있을 것 같아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아침에 쓰레기통에 종이가 많길래 보니 한자랑 같이 써져있었어요."

너무 당당하게 대답했다. 전날 자료를 만들고 아침에 학생들이랑 교실을 치우다가 그 녀석이 본 것이었다.


'아뿔싸...'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나도 평정심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아직 할 활동이 많았지만 당혹함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최대한 난 억지미소(?)를 짓고 다음 활동으로 얼른 넘어갔다. 퀴즈로 미술 활동을 이어갔다.


수업자료 중


퀴즈는 몇 가지 형식이 있었는데 그림의 한 부분을 가리고 아이들이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모둠은 활발하게 돌아갔지만 먼가 가 자꾸 정돈되지 않고 꼬이기 시작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의미 있는 시끄러움과 무의미한 시끄러움을 잘 구분해야 한다. 학생들의 이야기가 자꾸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딴 방향으로 흘러갔다. 시간은 점점 가고 아이들의 활동이 질서가 없어졌다. 남자아이들은 서로 자기 의견이 맞다고 목소리가 올라가가고 난 진정시키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아까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갔다.

교실을 전시관으로 만들자~!


하이라이트 활동은 교실에 뒷 게시판뿐 아니라 모든 공간에 그림을 붙이고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찾고 이유를 적는 것이었다. 교실 뒷 게시판 20여 점 작품뿐 아니라 수업 전날 밤에 교실문, 교실 바닥, 교실 옆, 청소도구함 앞, 심지어 교실 천정에도 그림을 붙였다. 총 45 작품이었다. 몇 년 동안 학생들과 수업했던 그림들이었다.

교실 곳곳에 붙였던 그림들 1

이 마지막 화려한 피날레를 생각하며 수업시간을 조절했었어야 했으나 벌써 남은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내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가 수업 시간 배분을 잘하는 것인데 이날 만큼은 실패했다. 내 마음이 분주하니 아이들도 덩달아 계속 들떴다. 미술관의 아늑함과 우아함을 생각하며 찾았던 클래식 음악을 급하게 틀었다. 부드러운 선율에 따라 음악이 흘러나왔고 아이들은 들고 있던 스마트 패드를 가지고 교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실 곳곳에 붙였던 그림들 2

무언가가 이루어질 듯한 시간에 수업 마침 종이 쳤다. 심사 위원들은 말없이 조용히 사라지고 아이들은 시끌벅적하게 자신이 찍은 그림을 가지고 떠드는데 정신이 없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수업심사가 아쉽게 마무리되었다. 너무 많은 것을 수업에 담으려고 한 것일까...... 본선에 오른 교사 중 나하나만 떨어졌다. 교감선생님께서는 심사자들이 나이가 많아서 선생님의 수업을 이해하기 힘들 거라고 위로했다. 나 역시 이제 것 발표한 수업 중에서 어찌 보면 제일 이상적이고 실험적인 수업인 것을 알고있었지만 내심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끝은 달콤하지 않았다. 그래도 4년의 시간 동안 한 학교에서 미술 감상수업이라는 분야를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많은 깨달음에 의미가 있었다. 내가 만난 학생들은 그림을 참 많이 좋아했다. 단지 어떻게 보는지 모를 뿐이었다.




수업 대회라는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브런치라는 글쓰기를 아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소설 읽기를 좋아하고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에 소설 공모전도 한번 출품해봤다. (물론 안되었지만)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쓰고 싶었고 내가 쓴 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었는데 브런치는 너무 좋은 플랫폼이었다. 한 번의 낙방으로 내가 하고 싶은 글보다는 우선 내가 잘 알고 잘하는 것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교사로서 미술 감상 수업에 대한 나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싶었고 다행히 두 번째에 작가 승인이 되었다. 다행히 수업 발표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자료가 남아 있어 여러가지 글을 쓴 것 같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묘한 감정과 함께 나의 교직 생활의 한 단면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수업 발표대회는 마무리되었고 아직 외장하드에 남아 있는 미술 감상수업에 관한 또 다른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아이들은 그림 보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다만 어떻게 보는지 모를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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