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 앞에서 미술 감상 수업 강의하기

#10. 그리지 않는 미술 수업이야기(10)

by 키달쌤
요즘 교생은 달라요


미술 감상 수업을 한참 할 때였다. 수업대회도 바빴지만 우연하게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교생들을 3년 동안 받게 되었다. 교대에서 먼 우리 학교가 왜 뽑혔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지역안배와 맞물려 지하철 근처에 있으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학교여서 선택된 것 같다. 난 운 좋게도 3년 동안 교생 선생님을 지도했었다. 예전 내가 교생일 때와는 거의 15년 정도가 차이가 났다. 그리고 나 때와는 참 많은 점이 달랐다. 어떤 점이 다를까?


1. 교대에 온 이유가 분명한 경우가 많았다.


난 교대라는 곳을 고3 때 알았고 그때 고맙게도 담임 선생님께서 '나'군에 교대라는 생소한 곳도 써보라고 하셨다. 그 당시 성적으로는 좀 어려웠지만 난 추가로 합격하고 다른 대학교에서 오리엔테이션까지 하였으나 부모님과 주위의 강한 권유로 교대에 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다른 곳을 선택했으면 많은 후회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 2학년까지 나는 왜 교대에서 공부해야 하는지 몰랐다. 학과 공부도 재미가 없었다. 반전은 3학년 교생 실습을 하면서 내가 아이들을 매우 좋아하고 함께 있는 걸 즐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나와 같이 입학한 남자 동기 중에서 교사가 되고자 꿈을 가지고 온 녀석은 몇 없었다. 다들 집안 형편과 점수에 맞춰서 왔다. 하지만 3년 동안 내가 받았던 교생 선생님들은 거의 대부분 교대에 오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배우려는 자세가 남달랐다.


2. 공부를 너무 잘했다.


나 때는 공부를 좀 해도 교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교생 선생님들은 차원이 달랐다. 반에서 거의 1등이었고 심지어 전교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그래서인지 필기하는 태도나 수업을 들을 때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지도 교사가 하는 말을 찰떡 같이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다.


3. 다양한 경험을 했다.


내가 다닐 때는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서울도 데모(투쟁) 할 때 처음 간 녀석들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거의 2~3학년 때 해외에 나가서 배낭여행을 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활동을 하는 교생들도 많았다. 내가 받은 교생 중에는 대학교 게임대회 대표선수, 애완 고양이 기르는 교생, 한 달간 배낭여행 간 교생, 락 밴드 등등... 우리는 겜방만 죽어라 가거나 자취방에서 뒹둘거리거나 간혹 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몇몇 있었고 가끔씩 학교에서 운동하는 게 다였다.


4. 선남선녀가 많았다.


하나 같이 잘 생기고 자신을 잘 가꾸는 교생들이 많았다. 그만큼 자신을 관리하고 시대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예전에 교대에서는 잘 보기 힘든 모습들이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라떼"는 말이야가 되어 버렸다.



교생 앞에서 미술 감상 수업에 대해 첫 강의를 하다.


3년 동안 교생 앞에서 수업을 하는 것보다 강의를 하는 것이 나에겐 더 어려웠다. 수업은 든든한(?) 아이들이 있는데 강의는 나 혼자 교생들 앞에서 설명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2년 동안은 사회과 강의를 거의 책자를 보고 읽었다. 내가 봐도 도움이 될까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해는 미술 감상수업답게 ppt에 설명 슬라이드를 다 날리고 그림으로 바꾸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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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야심 찬 강의는 불행히도 교생들이 가장 많이 조는 아침 1교시였다. 난 교생들의 마음을 담은 그림으로 나만의 짧은 강의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몇몇 교생들은 그림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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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질문을 해보았다. 미술 수업을 어떻게 할 거냐고 당연히 대답이 없었다. 하물며 미술 감상 수업은 더 난감해하는 표정들을 지으셨다. 마치 위의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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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이 핵심이다. 미술 수업의 모순....... 그림을 그리거나 만드는 표현 활동이 다가 아니다. 앞으로 학생들이 더 필요한 부분은 미술 감상수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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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실제로 전시관에 현장학습을 가거나 자녀들과 미술관에 가면 거의 대부분 아이들이 하는 말이다. 10분도 안돼서 위의 말을 하고 나가자고 조르거나 딴짓을 하기 일쑤다. 그런 이유에 대해서 난 미술 감상 수업이 반드시 강조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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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들에게 내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해봤던 다양한 미술 감상 수업을 소개했다. 처음보다는 더 많은 교생이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스마트패드를 활용하거나 qr코드를 활용한 수업에 대한 질문이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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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술 감상 수업이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그냥 아이들에게 말할 거리를 색다른 방법으로 제시하고 칭찬하면 되는 단순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교과보다 쉽다고 했다. 몬드리안의 단순해(?) 보이는 그림처럼...... 그리고 미술 감상 수업에 대한 핵심 설명만 했다. 시간이 별로 걸리진 않았다.




초등교사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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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설명이 짧은 것 같아 교생들에게 그림을 가지고 초등교사의 좋은 점을 덧붙여 설명했다. 여기에 좀 더 많은 교생들이 관심을 가졌다. 아쉽게도 미술보다는......


초등 교사는 퇴근 시간이 빠르다. 16:30분(4시 30분) 그리고 저녁 시간이 많아서 많은 활동을 더 할 수 있다. 사실 난 이것보다는 방학이 있어 더 좋은 것 같다. 정기적으로 3주 정도 여행을 가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연수도 들을 수 있고 뭐 쉴 수도 있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임을 알려줬다. 학교에서도 일이 많은 부장 교사나 연구 교사나 또는 업무에 따라서는 방학을 다 누릴 수 없고 가끔씩 일어나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사건 등으로 방학을 통째로 날리는 경우도 많다. 슬프지만 그만두시는 경우도 종종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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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방학과 함께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든다. 1년 동안 반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아이들이 담임을 닮아 간다. 매트릭스 세계처럼...... 난 꼼꼼하지 못하고 즉흥적이다. 그리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수업방식이 바뀐다. 좀 낙천적이기도 하다. 아이들도 나를 닮아서 나중에 더 친근해지는 녀석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하나 말하나도 조심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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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부분이다. 교사도 공무원이기에 해가 갈수록 월급이 많아지고 연금이 쌓인다. 다른 직종보다 안정적이긴 하다. 그렇지만 학교라는 곳이 만만치 않다. 불미스러운 일이 워낙 많아 정년까지는 버티기가 힘들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도 학부모도 학교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끝까지 다 채우고 퇴임하시는 분은 드물다. 특히나 슬프게도 남자 선생님들은 더 심하다.(나랑 같이 근무하시던 남자 분 중 끝까지 일한 분은 한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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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참 많이 바뀌고 메말라간다. 하지만 여전히 교실에는 생기 넘치는 아이들이 가득하다. 에너지가 넘쳐난다. 바로 그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초등학교 교사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한다.


다행히 주어진 시간보다 빠르게 강의를 마쳤다. 생각보다 말도 그렇고 멋지게는 못했지만 내 철학이 들어간 교육관을 짧게나마 교생들에게 전달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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