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소설]백수와여자

by 김인철

(제15화 : 백장미파 2 )


[여자]


"니가 이제야 임자 만났구나"


"수아야, 진심 축하! 축하!"


"니 남자 친구 쿨하더라...목소리도 매력 있고"


"얼굴 보여 준다고 했지? 빨리 혁이 옵~빠 소개해주길 바라. 이클립스 주인공 닮은...ㅎㅎㅎ"


"그런데 기집애야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니가 강아지도 아니고 앙! 앙! 이 뭐냐"


머리는 뽀개 질 것 같고 목은 마른데 문자가 잔뜩 와 있었다.


문자 내용이 좀 이상했다. 이클립스는 뭐고, 앙! 은 또 뭐야? 하긴 어제도 내가 좀 달리긴 했지.


가만....어제 무슨 일이....남친....쏠로...서울대....교수.....이야아아악 앙! 돼에.


그날 오후가 다 지날 때까지 속이 풀리지 않았다. 예약 손님 두 건만 처리하고 일찌감치 병원 문을 닫았다. 문자를 할까. 전화를 할까. 이 남자 다짜고짜 나한테 쌍욕 하는 거 아니야. 막 제비에게 전화를 하려는데. 삐리링! 문자가 도착했다.


"어제도 술 많이 마신 거 같은데 속 괜찮아?"


"어제도...라니. 이 남자 뉘앙스 참 거시기하네. 내가 알콜 중독자도 아니고."


시치미 탁! 떼고 물었다.


"오빠. 어제 무슨 실수라도....했나요?"


"......."


"저기..."


"....??...."


답이 없다. 앙, 울고 싶다.


"아니. 친구들이 되게 재미있던데. 언제 한번 같이 보자고...."


"아~ 그랬어요? 아직도 남친 없냐며 이 잡것들이 지랄 염장을....아니...그게 아니고.ㅠ.ㅠ"


"언제 같이 만날까?"


"그...그럴까요."


"아예 날짜를 잡자. 다음 주 토요일 저녁 어때?"


옴마, 옴마! 이 따식 생각보다 적극적이네. 아니면 진작부터 기다렸던 거야. 진짜 선수 아냐? 구랬던 거야. 암튼지간에. 좋다.


[백수]


이런 분위기 도대체 이건 뭐지. 속눈썹이 어쩌구 마스카라가 어쩌구. 연예인 누구의 이혼이 어쩌구. 아! 분위기 적응 안되네. 토요일 오후 점심 시간대 호프집도 아니고 '스타벽지' 옆 '카페베게'에서 달랑 라떼랑 에스프레소 한잔씩 시켜놓고서 벌써 두 시간째 이러구 있다. 벌써 손님이 두 팀이나 자리 없어서 나가 버렸다. 눈이 쫙 찢어진 카페 여직원은 삼십 분 전부터 강아지도 아닌데 입가를 실룩실룩 거리며 이쪽으로 레이저 광선을 쏘고 있다. 이 여자들도 눈치를 챈 것 같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연예인 K의 스캔들에 지들의 상상력을 더해서 중편 소설 한 편을 완성시켰다. 노란 국물의 남자 친구(코스프 레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라는 처음의 호기심과 환대는 간데없고 만난 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아서 지들끼리만 웃고 자지러지고 난리다. 노란 국물도 첨엔 좀 신경 쓰는 것 같더니 나중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아! 내가 미쳤지. 이런 여자 뭐가 좋다고 남자 친구 역할까지 해준다고 했을까. 이 여자도 그렇다. 근데 쫌 이상했다. 노란 국물 친구들이 왜 한결같이 누나 같지.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나저나 계산은 내가 해야겠지. 지난번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비 받은 것도 어제부로 다 떨어졌는데 수중엔 꼴랑 만 원짜리 두 장 밖에 없는데. 계산서를 보니 아직 이만 원은 안 넘을 것 같으당.


"얘들아, 그만 나갈까?"


"그래. 목도 마른데 씨원한 맥주나 한잔 하자?"


"혁이씨도 괜찮죠?"


"아~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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