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소설]백수와여자

by 김인철

(제16화 :고백 1)


[여자]


에궁~ 오늘도 한시가 넘었다. 요즘은 통 잠이 오질 않는다. 몬가 막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기분 열다섯에 처음 나갔던 교회 오빠 이후로 첨이다. 그 오빠...아니 그 자식 나, 내 친구, 또 다른 친구랑 세 다리 걸치다가 나 좋다고 따라다니던 동네 조폭한테 뒤지게 엊어맞고 군대 가버렸는데. 지금은 내 친구랑 결혼해서 알콩 달콩 잘 산다. 벌 받은 건 아무래도 나인 것 같다. 구래도 오랜만에 이런 기분 좋으다. 아무래도 제비랑 썸~ 타는 중인가? 따식 갑자기 보고 싶네. 께톡. 케톡. 카톡으로 문자가 왔다. 제비다. 이 시간에 남자한테 문자 받아본 것도 무지 오랜만이다.


"뭐해?"


"그냥 있어요. 오빤 뭐해요?"


"나도 그냥 있어."


뭐야. 이 남자 싱겁게...


"있잖아. 수아야"


"네. 오빠."


"우리... 사귈래?"


헐. 이 남자 갑자기 훅 들어온다. 이건 쫌. 사귈래? 사귀자. 사귀다. 사기다. 사귀는 건 말이야 어쩌면 사기일지도 몰라. 결혼식장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사기를 전제로 사귀는 것. 그것이 연애 아닐까 싶다. 그래서 겁이 나. 사랑으로 사기당할까 봐. 나, 지금 급격히 센치해지는 중. 근데 말이야 초딩도 아니고 남자가 무슨 고백을 카톡으로 하냐. 글타고 모 싫은 건 아니지만....아! 뭐라 하지. 나는 아직 이 남자가 누군지 잘 모르는데.


"....??...."


"잘 모르겠어요"


"그럼 일단 사귀자"


"실은... 옵빠."


"왜?"


"실은......"


"뭔데? 나 싫어..."


"사....실은."


"남자 친구 있구나?"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뭔데?"


"실은....저, 서른두 살 이에요."ㅠ.ㅠ


"......."


[남자]


헐. 뭐냐, 뭐냐, 이 여자. 나보다 세 살이나 많았어. 누나였어. 그동안 만난 게 몇 번인데. 이 여자 완전 사기꾼이네. 어쩐지 아직 스물아홉밖에 안됐는데 눈밑에 잔 주름이 자글자글 하더라니. 거짓말 대마왕이었단 말이지. 구래도 뭐. 상관없지.....않지 않다뇨. 나! 이제껏 연상이랑 사귄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 아니 딱 한번 있었다. 몇 번 안 되는 연애사에 가장 이해가 안 가는 여자. 처음엔 그 누나 무지 좋았다. 누나니까. 편했다. 나름...외모도 이뻤다. 근데 이 누나 새벽만 되면 이상해졌다.


드르륵...드르륵...


"혁아...뭐해?"


"자고 있었어요. 누나 아직 안자요?"


"응 아직! 잠이 오질 않아서."


"혁아?"


"네."


"나...지금....어디게"


"집 아니에요?"


"집은 맞아...근데 어디게?"


"어딘데요?"


"여기?....욕실이야. 나 지금 옷 하나도 안 입었다. 이 히히히히, 으 흐흐흐흐"


톡. 톡. 톡. 정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기괴한 웃음소리. 친구랑 나, 정말 무서웠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시달렸다. 전화를 안 받으면 직접 찾아왔다. 무서워서 그만 만나자고 했다. 아예 교회를 안 나갔다. 이사 전날, 새벽 두 시에 누가 현관문을 쾅쾅 두드렸다. 그 누나였다. 근데 누군가에게 폭행이라도 당했나 보다. 옷은 북 찢어지고 화장은 떡이 된 채 흐느끼기만 했다. 경찰서에 가자고 해도 싫다며 그날 아침까지 방 한가운데 엎어져 있었다. 알고 보니 자작극이었다. 목사님 왈 내가 세 번째 희생양이란다. 몇 달 후 나랑 내 친구는 누나 병문안을 갔다. 파란 언덕에 위치한 정신 병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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