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 데이, 데이, 데이)
[백수]
며칠 후면 화이트 데이다. 밸런타인데이니 블랙데이니.. 난 이런 날들이 싫다. 상업성이 어쩌니 저쩌니 이전에 커플은 천국, 솔로에게는 지옥 같은 날에는 철퇴를....내리지 아니하지 아니하기를....나! 이젠 솔로 아닐 거 거던. 외롭지 않을 거거던. 근데 말이야. 음냐, 음냐. 밸런타인데이는 지나버렸다. 아! 여자를 쫌더 일찍 만났어야 했는데 졸라 아쉽다. 그치만 화이트 데이는 내가 확실히 챙겨준다. 여자! 너 확실히 기대해라. 보아하니 여자도 저런 날들이랑은 상관이 없었을 것 같은데 무지 감동하겠지. 화이트데이 전날, 수중에 있는 돈 다 털어서 GS 편의점에 가서 가장 크고 화려한 삼십만 원이 넘는 사탕 바구니... 옆에 있는 만 오천 원짜리 사탕 바구니를 샀다. 송이한테 3부 이자 쳐주기로 하고 데이트 비용도 오만 원 빌렸다. 혁아! 너무너무 멋있는 거 같아.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수화기를 드는 손이 좀 떨렸다. 심장은 더 쫄깃했다. 근데 목소리는 차분했다. 내일 뭐하냐고 물으니 헐, 약속 있단다.ㅠ.ㅠ
[여자]
어제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저녁에 친구 몇 명이랑 장례식장을 갔다.
"나야! 오 년 만인가? 잘 지냈지? 결혼은 했어?"
예전에 만나던 오빠였다. 개자식. 욕할 가치도 없는 인간. 정우성...만큼 키만 컸던. 돈도 쫌 있긴 했었다. 한때는 죽고 못 살만큼 사랑했었지만 기억 속에서 싹 지워버린 인간인데.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고파 죽겠는데 조문만 하고 도망치듯 빈소를 나왔다. 놈이 따라 나왔다.
"한번 만나자. 할 이야기도 있고. 줄 것도 있고"
니가 나를. 이제 와서 왜? 그 말은 삼 년 전에 정류장에서 무릎 꿇고 했어야지. 다음날부터 계속 전화랑 문자질이다. 미안했다고 사과한다고 꼭! 주고 싶은 게 있다고. 모냐 모냐. 됐거든, 됐어. 뭐지, 뭘까? 혹시?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얼마니, 구치, 샤르넬. 백. 그런 거야. 그때 날 찬 이유나 들어 볼까 싶어 약속을 잡았다. 하필 화이트데이다. 에휴, 제비 놈은 그날 이후로 감감무소식이다. 아! 사랑은 국경도 없다더니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거구나. 이십 대에나 먹히는 동안이지. 여자 나이 서른 넘으면. 나 막! 뭐래니? 내 나이가 어때서. 이 미모에, 이 S라인에. 잔뜩 업된 힙에. 싫으면 관두라 그래. 나도 됐거든. 삐리링. 삐리링 이래저래 심란한 맘으로 이불 뒤집어쓰고 잘라하는데 제비 놈한테 문자가 왔다.
"누나, 14일, 뭐해........요?"